에스퍼 “동북아는 최대 화약고…한미일 협력, 中에 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5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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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는 세계 최대 화약고입니다. 한국 미국 일본은 북한을 넘어 중국에 대응해 협력해야 합니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이해하고 한미일이 3각 협력을 강화할수록 군사적, 외교적으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육국장관을 거쳐 국방장관을 지낸 에스퍼 전 장관은 10일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를 출간해 한미 국방·외교가에 큰 논쟁을 불렀다. 그는 회고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1월 북한 핵 위협을 이유로 주한미군 가족 철수를 지시하려다 철회했다고 폭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가족 철수 지시 때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가 있었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당시 전쟁 위기가 임박했던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역시 추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왜 그랬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의 공격이 임박해 미국이 예방적 타격을 준비하거나 다른 행동을 취하려면 동맹들과 협의를 통해 조율했어야 한다.”

―북한이 올 들어 핵과 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위기를 크게 고조시킬 것으로 본다. 김정은의 위협은 바이든 행정부의 주목을 끌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탄도 미사일 발사나 다른 괴상한 짓에 대응할 수 있는지 보려는 것이다.”

―북한은 전술핵 개발과 핵 선제 공격도 언급했다.

“북한은 서방과 비슷한 수준으로 무기 역량을 진화시키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극초음속활공체(HGV)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지 않다. 다만 북한이 얼마나 다양한 무기를 확보하고 있는지는 분명 놀라운 면이 있다. 특히 그(김정은)는 아직 중요한 카드(핵실험)를 쓰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어떤 용도로 사용해야 할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여러 메시지는 무력 과시(saber-rattling)라고 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재개와 확장억지력 강화에 합의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은 중요한 성과였다. 국방장관을 지낼 때도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여러 번 얘기했지만, 연합훈련은 단순히 미군과 한국군이 함께 훈련한다는 것을 넘어서 군 지도부와 외교관들이 협력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동맹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동시에 연합전력 준비태세를 개선하고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억지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한미일 3각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동북아시아는 세계 최대 화약고다.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위협에도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두고 갈등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이해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할수록 군사·외교적으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제 한미일은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에 대응해 협력해야 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연합 작전계획에 중국 대응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되도록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를 비롯한 미국 동맹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면 이는 한국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강건한 민주주의 국가이자,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다. 자유와 규칙에 기반 한 국제질서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협력해 중국이 충돌 대신 다른 길을 택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미국 조야에선 대만 방어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만약 북한이나 중국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한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대만이나 일본 같은 민주주의 국가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한국이 도움을 줘선 왜 안 되나. 21세기 들어 두드러진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간 갈등에 한국이 함께 맞서야 한다. 만약 이 같은 노력이 실패한다면 결국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때는 군사적으로 중국 러시아와 맞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쿼드(Quad) 가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쿼드는 한국을 포함한 ‘퀸트(Quint·다섯의)’가 돼야 한다. 한국은 튼튼한 경제와 역량 있는 군을 갖춘 국가이고 역내에서 큰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쿼드가 한국에 가입 초청장을 보내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 호주만큼 중국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는 데 (다른 회원국이) 의문을 갖고 있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국에 쿼드 가입을 요청한 적이 있나.

“국무부에선 아마 내게 지금 발언 이상 말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쿼드로 출발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들이 더 긴밀히 협력할수록 중국 대응에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 이런 대응을 부르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이 매일 대만해협에 더 많은 전투기와 폭격기를 보내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 문재인 정부가 전시작전권 전환에 필사적이었다고 썼다.


“명시적으로 문 대통령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어느 정도 수준의 전작권 전환을 원했다고 본다. 당시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미가 합의했던 모든 조건에 대해 더 낮은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지만 나는 거부했다. 전작권 전환 조건은 북한에 효과적인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다. 따라서 기존 계획을 고수하고 한국이 억지력 확보에 적절한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당선된다면 한반도에서 적어도 일부의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할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둔 미군도 마찬가지다. 이는 분명 우려해야 할 일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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