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못 낳으면 이혼”이라는 말에 이마에 못 박은 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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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2월 1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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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BBC홈페이지
사진출처=BBC홈페이지
파키스탄의 한 임신부가 아들을 낳지 못하면 이혼하겠다는 남편의 말에 신앙치료사를 찾아가 이마에 못을 박는 일이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임신부 A 씨가 이마에 5cm짜리 못이 박힌 채 파키스탄 북동부 페샤와르 병원에 찾았다.

A 씨가 이마에 못을 박게 된 사연은 이렇다. 슬하에 3명의 딸을 둔 A 씨는 넷째 아이도 임신했다. 그런데 넷째 아이도 딸이면 이혼하겠다는 남편의 말에 A 씨는 신앙치료사를 찾아갔다.

넷째도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A 씨는 신앙치료사의 조언대로 자신의 이마에 스스로 못을 박았다. 하지만 밀려오는 고통에 펜치로 못을 빼려다가 여의치 않자 병원을 찾은 것.

A 씨의 두개골을 촬영한 엑스레이에서 5cm가량의 못이 이마 윗부분을 관통했지만 다행히 뇌는 비껴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못 제거 수술을 집도한 의사 하이더 칸은 “병원에 온 A 씨가 의식은 명료했지만, 엄청난 고통을 호소했다. 망치나 다른 무거운 도구로 못을 내려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산부는 당초 혼자서 못을 박았다고 둘러댔지만 이후 신앙치료사가 해당 방법을 통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며 그를 꾀어냈다고 실토했다.

이와 관련 압바스 아흐산 페샤와르 경찰서장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치료 후 병원을 떠난 A 씨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며 “이른 시일 내 연락이 닿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 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의사도 조사하는 등 관련인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 주술사를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앙치료란 질병이나 신체 이상을 치료하는데 종교적 신앙을 접목하는 행위다. 파키스탄 일부 지역, 특히 북서부 지역에는 이슬람 신비주의 종교인 수피교 관습을 토대로 이런 미신 행위를 일삼는 신앙치료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BBC는 일부 남아시아 빈곤 국가에서는 딸보다 아들이 장기적으로 가계에 보탬이 된다고 여겨져 종종 아들을 낳기 위해 미신에 귀의하는 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딸은 결혼할 때 부모가 지참금을 마련해 경제적 부담을 지지만 아들을 낳으면 되레 지참금을 받을 수 있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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