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의사당서 코카인 흔적 무더기 발견…“의회 내 마약 만연” 폭로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8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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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의 상징인 웨스트민스터궁(국회의사당) 곳곳에서 코카인 성분의 마약 흔적이 발견돼 의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BBC는 7일 “린지 호일 영국 하원의장이 이번 주 내 영국 의회 내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 런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5일 보도된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의 ‘의회 내 마약 문화’ 보도에 따른 조치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상·하원을 포함한 의사당 내 화장실 12곳 중 11곳에서 코카인 성분 마약의 잔유물이 검출됐다. 문제의 화장실에는 보리스 존슨 총리와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 집무실 근처 화장실도 포함됐다. 야당인 노동당 사무실, 상원 내 식당 등 의사당 출입증 소지자만 접근 가능한 장소에서도 마약 흔적이 발견됐다. 영국에선 의료용 대마초를 제외한 대부분의 마약류는 불법이다.

선데이타임스는 “좌우 진영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영국 의회 안에는 ‘코카인 문화’가 만연했다”며 “심한 스트레스, 장시간 근무, 군대식 음주문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영국 상원이 선거 없이 추천으로 임명되는 ‘명예직’이 되면서 고급 사교 장소로 전략한 것도 마약 문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런던경찰청 조사 결과 지난해 의회 내부나 일대서 발생한 마약 범죄는 17건에 달했다. 최근 1년 간 의회 안팎에서 마약상 2명이 체포되고 마약 소지 혐의로 13명이 구금됐다. 익명의 전직 하원의원은 마약상을 직원인 것처럼 꾸며 급여 대상자 명단에 올려놓고 마약 거래에 이용하기도 했다. 2015년 존 시월 상원 의원은 코카인을 흡입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됐다. 존슨 총리는 2008년 “10대 때 코카인을 흡입하고 마리화나를 피웠다”고 고백한 바 있다. 키트 말트하우스 범죄치안 장관은 스카이뉴스에 “의회에서 불법 마약을 복용하지 않는 자가 없다면 오히려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선데이타임스 보도가 존슨 총리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시기에 폭로돼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6일 투자 확대를 통한 재활·치료 서비스 강화, 마약범 운전면허·여권 취소 등의 내용을 담은 마약 범죄 척결을 위한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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