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1일만에 통화…日 기시다 “위안부 소송, 韓서 해결책 내야”

박효목 기자, 최지선 기자 입력 2021-10-15 21:28수정 2021-10-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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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5일 저녁 첫 전화통화를 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기시다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해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취임 8일 만에 첫 통화를 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일본 총리보다 사흘이 더 늦어지면서 경색된 한일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응에서 한일, 한미일 3국이 한층 협력하기로 문 대통령과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현재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문 대통령과 첫 통화부터 일본 정부와 기업을 각각 상대로 한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면서 앞으로도 한동안 악화된 한일관계의 개선의 돌파구를 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5년 12월 외상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던 기시다 총리는 한일 갈등의 원인인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등 조치를 일본이 먼저 취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국가 간 합의로 인정한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통화가 기시다 총리 취임 11일 만에 이뤄진 것도 한일관계의 경색국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하루 뒤인 5일 미국, 호주 정상과의 연쇄 통화를 시작으로 러시아, 중국, 인도, 영국 정상 등 총 6명과 통화했다. 스가 전 총리 때 중국에 앞서 문 대통령과 먼저 통화한 것과 비교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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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시다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이 4일 보낸 취임 축하 서한에 아직 답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도 한일관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7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 임기 동안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다자회의를 통해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는 불참하기로 했지만 다음달 1~2일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는 참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 후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이 의지만 있다면 한미일 정상이 모이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해결책은 결국 한일 정상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라며 “미국이 나서지 않는다면 새 정부가 들어서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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