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기업, 미래차 ‘플랫포머’ 떠오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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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퀄컴 등 해외 IT회사
소프트웨어-반도체 판매 시장 지배
“국내 자동차업계 경쟁력 확보해야”

고성능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앞세운 엔비디아, 퀄컴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래차 시장을 주도할 ‘플랫포머(platformer·플랫폼 개발자)’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IT 기업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이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미국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플랫포머로 미래차 시장 지배 전략을 모색 중”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포머는 반도체, 소프트웨어에서의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기업들을 의미한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소수의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역량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 특히 전장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제어기 수가 수십 개에서 3∼4개로 통합됐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묶음 판매하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2015년부터 자율주행 플랫폼 ‘엔비디아 드라이브’ 시리즈를 통해 이 분야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2년부터 현대자동차가 내놓는 모든 차량에 장착될 커넥티드카용 칩을 공급한다. 퀄컴은 지난해 자율주행 플랫폼 ‘스냅드래곤 라이드’를 공개했다. 인텔은 올해 4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차량용 인공지능(AI) 분야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았다.

미래 모빌리티를 두고 경쟁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애플카에 적용할 예정이며, 이미 갖춰진 애플 플랫폼을 무기로 독자적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노리고 있다. 아마존, 구글도 자율주행용 반도체의 자체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보고서는 미래 자동차 시장 플랫포머를 놓고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늦었다고 지적했다. 국내 IT업계가 보유한 운영체제, 인공지능(AI) 추론, 병렬컴퓨팅 등 미래차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은 해외 업체들보다 뒤처져 있으며,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역시 해외 의존도가 높다. 보고서는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 자체 반도체 설계까지 나서 성공한 테슬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조민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방해 관련 생태계를 조기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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