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남기고 사라진 매머드, 시베리아에서 볼 수 있을까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9-24 03:00수정 2021-09-24 10:3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美생명공학기업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 추진
1만 년 전만 해도 시베리아와 북미 일대를 누비고 다녔던 초대형 포유동물 매머드는 현재는 멸종해 더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지금도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단골 캐릭터로 등장할 만큼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사랑을 받고 있는 사라진 거대 동물로 자리하고 있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멸종한 매머드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머드 사체에서 추출한 DNA와 최근 급진적 진보를 이루고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본래의 서식지에 매머드를 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6년 안에 첫 번째 매머드 새끼를 탄생시키는 게 목표다. 과거에도 매머드를 복원하려는 시도는 수차례 있었지만 최근 등장한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머드 복원 사업 벤처 등장
미국 생명공학기업 컬라슬은 이달 13일(현지 시간) 매머드 복원 사업을 회사의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컬라슬은 세계적인 생명과학자인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와 인공지능(AI) 기업 ‘하이퍼자이언트’ 등을 창업한 사업가 벤 램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처치 교수는 2017년 2월 미국 보스턴에서 제183회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차대회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2년 안에 매머드-코끼리 잡종 배아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컬라슬은 복제양 돌리나 복제 개를 만드는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매머드 복원에 나선다. 이를 위해 시베리아 툰드라에 묻혀 있는 매머드 사체에서 DNA가 잘 보존된 세포를 분리한 뒤 핵을 떼어내고 매머드와 DNA 구성이 99.6% 일치하는 아시아코끼리 난자에 넣어 매머드의 수정란을 만든다. 그런 다음 인공자궁에 수정란을 착상시켜 키운다는 계획이다. 코끼리를 대리모로 쓸 수도 있지만 멸종 위기종인 코끼리를 확보하기 쉽지 않아 인공자궁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기사
컬라슬은 매머드의 생존을 위해 최신 생명공학기술인 유전자가위 기술도 도입한다. 아시아코끼리가 취약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갖고, 추위에 견디는 두꺼운 지방과 다리에는 수북한 털이 자라도록 유전자 교정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밀렵꾼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전자 편집을 통해 상아도 없애기로 했다. 처치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태어난 매머드는 상아만 없을 뿐 덥수룩한 털과 10cm의 두꺼운 지방층 등 고대 매머드를 고스란히 닮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컬라슬을 공동 설립하고 1만 년 전 매머드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오른쪽)와 사업가 벤 렘. 컬라슬 제공


○매머드 복원은 난제, 한국도 시도했지만 성과 없어
과학자들은 시베리아 툰드라에 150만 구 이상의 매머드 사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사체에서 얻은 세포 속 DNA만 잘 보존돼 있다면 복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매머드 복원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과학자 이언 월머트나 일본 과학자 아키나 이라타니도 2010년대 초부터 복원을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이들은 복제견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체세포 복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컬라슬과 다르게 코끼리 암컷을 대리모로 활용하는 방법을 써왔다.

2006년 논문 조작 사건으로 과학계에서 퇴출당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도 2011년 러시아 연방 사하공화국의 북동연방대 연구팀과 매머드 복원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시베리아에 가 매머드 사체 세포에서 핵을 추출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학연구 넘어 돈 되는 복원사업 목표
과학계에선 매머드 복원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공자궁에 100kg에 가까운 태아를 2년 가까이 유지해야 하는 등 기술적 난관이 존재하며 태어날 생명체가 매머드가 아닌 털과 지방이 많은 코끼리에 가까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폴 크뇌플러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세포생물학과 교수는 “1만 년 동안 파괴되지 않은 세포를 추출하는 것 자체도 어렵고 세포 안의 DNA도 손상 없이 온전하기 힘들다”며 “5년에 1개가 배출되며 이전에 성공한 적 없는 코끼리 난자를 채취하는 일이나 암컷을 대리모로 활용하는 것 역시 실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컬라슬의 복원 사업에는 이미 부자들이 투자에 나섰다. 벤처캐피털인 드레이퍼 어소시에이트와 윙클보스캐피털, 미국 포브스가 꼽은 2021년 억만장자 2378위에 오른 토머스 툴이 이미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만 1500만 달러(약 177억 원)에 이른다. 유전학과 생물학, 화학공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10여 명도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컬라슬은 빠르면 4년, 늦어도 6년 안에 매머드 복원을 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컬라슬은 매머드 복원이 과학적 도전에만 머물지 않고 영리 추구로 이어질 것이라 설명했다. 램 공동설립자는 “플라스틱 처리에서부터 탄소 흡수 등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며 “모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도 지방에서 진행되는 기후변화 대응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내놨다. 램 공동설립자는 “매머드는 과거 북극 지역의 초지를 유지해 건강한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복원이 된다면 초지를 되살려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매머드#시베리아#매머드복원사업#미국생명공학기업#컬라슬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