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대북제재 위반’ 싱가포르 유조선 몰수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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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ISN)이 공개한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모습© News1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ISN)이 공개한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모습© News1
미국 사법부가 30일(현지 시간)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싱가포르 국적 소유자의 선박을 몰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해상에서 불법으로 진행되는 북한으로의 유류 환적에 관여한 선박에 미국 정부가 몰수 조치를 취한 두 번째 사례다.

미 법무부는 뉴욕남부 연방법원이 싱가포르 국적자인 궈기셍이 소유한 선박 ‘커리저스’ 호를 몰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이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2734t급의 이 유조선은 선박 간 환적 및 북한으로의 직접 유류 운송을 통해 석유제품을 불법으로 북한에 인도하는 데 사용된 혐의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이는 미국 국내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리저스 호는 2019년 8월부터 12월 사이 위치추적 장치를 무단으로 끄고 북한 선박 ‘새별’ 호에 최소 150만 달러어치의 석유를 넘기는 장면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다. 커리저스 호가 북한 남포항까지 직접 이동, 정박한 모습도 위성에 잡혔다.

궈 씨는 여러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고, 커리저스 호가 북한과 거래하는 것에 대한 거짓말로 국제선박 당국을 속였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커리저스 호를 다른 선박인 것처럼 꾸몄다. 그에게는 선박과 유류 구매 비용 등에 대한 돈세탁 혐의도 적용됐다. 대북제재 위반 혐의와 돈세탁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각각 최대 20년의 실형을 받을 수 있다. 궈 씨는 연방수사국(FBI)의 지명수배 명단에 올라있지만 아직 체포되지 않은 상태다.

커리저스 호는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당국에 억류됐고 4월 미국의 몰수 영장에 따라 억류 상태가 유지돼 왔다. 검찰은 4월 궈 씨에 대한 형사기소 절차와 함께 커리저스호 몰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는 앞서 2019년 북한 석탄 2만5000t가량을 불법 운송한 혐의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한 뒤 경매절차를 거쳐 이를 매각했다. 대북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을 미국 정부가 직접 압류, 처분한 첫 조치였다. 석탄과 석유의 해상 불법 환적은 북한이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며 밀수를 지속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매년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다. 이 방식으로 연간 50만 배럴로 유엔이 제한한 정유 수입 한도도 이미 넘어섰다고 미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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