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그의 말이 그녀의 자존심을 뭉개버렸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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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7년 6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연설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을 허물 것을 촉구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7년 6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연설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을 허물 것을 촉구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미-러 관계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몇 개 있습니다.

△“From Stettin in the Baltic to Trieste in the Adriatic an iron curtain has descended across the Continent.”

“발트해의 슈체친부터 (지중해 북쪽)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에 이르기까지 철의 장막이 유럽 대륙에 드리워졌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1946년 미국 방문 중 “철의 장막(Iron Curtain)”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습니다. 처칠 총리가 처음 쓴 단어는 아닙니다만 그의 발언이 가장 유명합니다. 냉전시대 소련과 그 영향권 내에 있던 동부유럽 국가들을 가리킵니다. 커튼은 ‘가린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Behind the curtain(커튼 뒤)’은 ‘몰래’ ‘막후’라는 뜻이죠.

△“We′re eyeball to eyeball. I think the other fellow just blinked.”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때 양국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까지 갔습니다.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배치를 시도하자 미국은 해상봉쇄로 맞섰습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사흘이 흐르고 소련이 마침내 쿠바 쪽으로 향하던 군사장비를 실은 선단의 뱃머리를 돌립니다. 양쪽이 한 치 양보도 없이 정면으로 대치할 때 “안구 대 안구의 싸움(eyeball to eyeball)”이라고 합니다. 먼저 눈을 깜빡이는 쪽이 지는 겁니다. “우리는 서로 노려보고 있다. 지금 막 저쪽 친구가 눈을 깜빡인 듯하다.” 소련이 후퇴하는 순간 백악관에서 긴급회의 중이던 딘 러스크 당시 국무장관은 옆자리의 맥조지 번디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발언은 미국 외교사에 길이 남는 명언이 됐습니다.

△“Mr. Gorbachyov, tear down this wall!”

“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벽을 허무세요!” 1987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있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을 추진하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이 정책을 상징하는 행위로 베를린 장벽을 허물 것을 호소합니다. 연설 당시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2년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의 종말을 뜻하는 명언이 됐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스위스 제네바#미-러 정상회담#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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