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직전 中의 으름장… 왕이 “美편향 장단에 휩쓸리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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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직전 정의용과 통화서 으름장
中견제에 동조 말라는 압박 메시지

중국이 9일 우리 정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미국의 편향된 장단에 휩쓸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강력한 중국 견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으름장을 놓은 것.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9일 오후 9시부터 1시간 동안 이뤄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유로 가득 차 있고 집단적 대립을 일으킨다”면서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밝힌 왕 장관의 이런 발언은 우리 외교부의 공식 보도자료에는 담겨 있지 않았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영국 콘월에서 11∼13일 열리는 G7이 미국과 우방국들의 ‘중국 견제의 장’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초청국 자격이지만 G7 무대에 서는 것이라 중국이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안정’이 명시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중국의 반응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중국이 (미국 관련) 최근의 기본 입장을 다시 반복한 것이지 우리나라를 특별히 지칭해서 어떻게 하라고 말한 게 아니다”라면서 “통화는 좋은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中, G7회의서 견제 예상되자… “한국, 美에 치우치지 말라” 경고

中 왕이, 정의용과 통화
文대통령 참석하는 G7정상회의
‘대만-일대일로’ 中견제 논의 가능성
韓 “시진핑 방한 소통”, 中발표엔 없어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 사진)과 왕이 외교부장(오른쪽 사진).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 사진)과 왕이 외교부장(오른쪽 사진).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대만,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방안까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대면 다자회의인 G7에서 우방국들과 중국 견제 대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에 치우치지 말라”고 강경하게 경고한 것도 이를 경계해서다.

○ “한국, 미국 편향 안 돼”
왕 부장은 통화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지역 평화와 안정 발전의 큰 흐름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한국을 향해 “편향된 장단에 휩쓸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정 장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며 양안관계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한다고 했다”고도 밝혔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안정’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에 대해 왕 부장이 항의하자 정 장관이 의미를 낮추려 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왕 부장은 “중한(한중)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서 제때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이를 미리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드러냈다.

통화가 G7 정상회의 직전에 이뤄진 데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강경한 내용이 담겨 있어 외교가에서는 “통화에서 냉랭한 기류가 흐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압박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직설적이고 표면적으로 나타난 첫 번째 사례”라면서 “외교적으로 불편하고 오만한 언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통화는 우리 측 희망으로 했다. 면박하거나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다만 우리 외교부 발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을 위해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중국 외교부 발표에는 이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 G7, 미국의 대중 견제 무대
중국이 G7 직전 한국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번 정상회의가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미국 귀환’을 알리는 첫 행사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를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중국을 견제하는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G7 공동성명에도 강도 높은 중국 견제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이 높다. 영국이 이번 G7에 민주주의 가치 공유 국가연합인 ‘D10’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 호주, 인도를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주,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회원국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향후 중국이 경제 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차지하는 역할 등을 내세워 한국이 급격하게 미국으로 기우는 것을 막으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권오혁 기자


#중국#왕이#한국#미국#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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