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환경운동가 기후정상회의서 일침 “화석 연료 시대 끝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3일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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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40개국 정상이 화상으로 모여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10대 소녀 환경운동가가 각국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일침을 가해 주목을 받았다.

22일(현지 시간)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국제 청소년 기후 운동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리더인 시예 바스티다(19)는 화상 발언을 통해 “세계 지도자들은 화석 연료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언제까지 모면할 수 있다고 믿나”고 말했다. 이어 “세계가 신재생에너지로 즉각 전환하고 화석 연료 보조금과 (석유 공급을 위한)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구축을 중단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해로운 시스템을 영구화하고 옹호하는 권력자들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해로운 시스템’을 “글로벌 문제에 대해 식민주의, 억압, 자본 지향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원주민 출신인 바스티다는 2002년 아즈텍 원주민계인 아버지와 칠레-유럽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살던 고향 산페드로 툴테펙에는 2015년 큰 홍수가 났고, 이후 3년간은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결국 그의 가족들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야 했고, 바스티다는 지난해부터 미 펜실베니아대에 입학해 공부 중이다. 2018년에는 환경보호 운동의 공로로 ‘유엔(UN)의 정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바티스다는 식량과 물 부족으로 고향에서 밀려난 ‘기후 이민자’들을 부유한 나라들이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의 경제, 정치체제가 제3세계 개발도상국들의 희생 덕분에 존재한다면서 “섬나라, 극지, 아프리카, 아마존 등 기후변화로 고통 받는 국가와 부족들의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우리가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말하겠지만, 야심 차지도 대담하지도 못한 해결책을 가지면서 비현실적, 비합리적인 자들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 할 것을 요구했다.

그의 발언을 듣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 모두가 경청하고 있다”며 호응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도 이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 환경소위에 화상으로 출석해 발언했다. 그는 “여러분과 같은 권력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후위기를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정치인들의 무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여러분은 지금 당장은 이를 외면할 수 있겠지만 조만간 사람들은 당신들이 항상 해오던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이는 불가피한 일이다”며 “여러분은 옳은 일을 하고 유산을 보존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간의 창’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은 역사책에 여러분에 대해 쓸 사람들이다. 제 조언은 현명하게 선택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이 실제 이 일을 하리라고 한 순간도 믿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툰베리는 2019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 그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올해의 인물’에 올랐다.

프란시스코 교황도 기후정상회의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이 회의가 큰 성공이 되길 바란다”며 “팬데믹 이후가 환경을 지킬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는 환경이 더 깨끗하고 순수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그래서 자연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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