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신 확보 한시가 급한데 외교노선은 친중?

이태훈기자 입력 2021-04-22 12:50수정 2021-04-2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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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주무기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근원적으로 종식할 백신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지만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은 안전하고 효과가 큰 미국 백신을 확보하는 데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미국에서 백신을 지원받는 것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인데도 정부 정책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5월 말로 예정된 문재인-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일컬어지는 보아오포럼에 문 대통령이 20일 미국 동맹국으로는 유일하게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이 미국과의 백신 외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영상에서 문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기부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 지원 활동을 높이 평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는 신기술 분야에서 아시아 국가 간 협력 강화 방침 등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월 26일에도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시진핑 주석과 먼저 정상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2월 4일 정상 간 통화가 이뤄져 한미동맹 균열 논란이 일었다.

중국 견제가 목표인 미국의 대외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우리 정부의 외교 노선 탓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미국산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조속히 지원받기를 원하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신을) 외국에 보내는 데 자신이 있을 정도로 충분히 보유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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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게 하려는 과정이고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백신을 어떻게 할지 살피고 있다”며 “(미사용 백신을) 보내는 게 안전한지 확실히 하고 싶다”라고 향후 공유 여지를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의 다른 나라를 중시하고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캐나다에 좀 도움을 줬고, 더 도우려 하고, 중앙아메리카 등을 우리가 도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3차 추가 접종(부스터 샷)까지 계획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등 사정이 다급한 동맹국에 나눠줄 여분이 충분치 않다며 백신 공유에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남는 백신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는 문제에 있어 캐나다와 중앙아메리카를 언급한 것은 나중에 백신 공유를 추진할 경우에도 미국의 코로나 상황에 큰 영향을 주는 인접국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과 북한 문제가 동시에 얽힌 한미동맹이라는 특수 관계를 강조한다고 해도 한국이 미국 정부에서 백신을 조기에 지원받는 문제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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