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시한 日오염수 제소 “자칫 역풍”…韓 외교력에 달렸다

뉴스1 입력 2021-04-15 13:58수정 2021-04-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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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후행동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결정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잠정조치’와 제소도 검토하라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관련 준비 과정에만 최소 1~2년의 기간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외교력을 총동원해 장기간이 소요될 제소 절차의 ‘초석’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부는 한국과 일본 모두 유엔 해양법협약 가맹국인 만큼, 일본의 ‘부당함’에 대한 사법 절차를 거치겠다는 판단이 설 경우 유엔 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제소를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중재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해양오염을 막을 수 없는 긴급한 사안’이라며 중재재판소에 일종의 ‘가처분 신청’인 잠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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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재재판소가 꾸려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잠정조치에 대한 판결은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전담하게 된다. 이후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잠정조치가 내려지면, 중재재판소는 본안 소송만을 맡는다.

참고로 지난 2001년 영국 정부가 서부 지역에 새로운 복합산화물연료(MOX) 생산 설비의 가동을 허락하자, 아일랜드해에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우려한 아일랜드 정부는 그해 중재재판소에 제소를 했다. 동시에 잠정조치도 요청했다.

이후 국제해양법재판소는 2001년 12월3일 Δ정보교환 Δ아일랜드 바다에 미치는 위험이나 영향 감시 Δ오염방지 조치 강구 등의 잠정조치를 명령했다.

문제는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의 경우, 방류가 현실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정조치 요건 충족을 비롯, 부당함을 입증할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에 있고 인과관계 증명도 쉽지 않다는 것.

세부적으로 일본 측이 충분한 정보제공을 하지 않았다는 일명 ‘비협조 증명’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외교부 지난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일본 측에 Δ오염수 파이프 활용 여부 등 일본의 구체적인 방출 방식 Δ2년 뒤 방출 개시 시점 Δ방출 기간 Δ2년 뒤 버리게 될 총 처분 양 등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협조적이라는 개념이 주관적인 측면이 있고 향후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지속적인 협력, 한국에 보낸 자료 등이 ‘충분하다’는 논리로 맞설 경우, 이에 대한 국제해양법재판소의 판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13일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기로 정식 결정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요미우리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30년 이상 장기 방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녹아내린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하루 160~ 170톤이 나오고 있다. © News1
이와 함께 일본이 ‘처리수’ 즉,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이용해 트리튬(삼중수소) 외에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한 것과 이에 물로 희석시킨 것의 안정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한 위험성을 얼마만큼 입증하느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우리가 일본 본토에서의 오염수 또는 처리수를 가져와 직접 분석한 사례가 없다”며 “또한 오염수 샘플을 우리가 분석해 일본이 주장한 것과 사실이 다르다, 유해하다는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간에 쫓겨 준비 과정이 부실하거나 또한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잠정조치를 기각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기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예를 들어 일본 정부가 그간 협력을 잘해왔다고 판단하면 잠정조치에 ‘협력의무 조치’ 조차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잠정조치는 무조건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되면 반대로 한국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성급함에) 제소 준비 절차를 앞당길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국한테 득이 되는 것은 없다”며 “(본안 소송) 중재재판소에서 지면 진짜 지는 것이다. 국제소송을 시작하려면 사실상 100% 이길 만큼 준비해야 한다. 단기간의 준비로 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상황에서 외교적인 노력을 병행하며 차후 정권에서도 현 사안에 대한 정책 기조가 이어지게하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일단 한일관계로 풀 것인지 아니면 동북아시아 또는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문제로 풀 것인지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며 “재판소에 소장만 밀어넣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잠정조치 판결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게 외교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며 “양자, 다자 차원에서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준비 작업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해야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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