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공 사별에, 또 불거진 英여왕 퇴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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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내년 즉위 70주년前 퇴위”
英왕실 “사실무근” 곧바로 일축
로이터 “여왕, 퇴위는 안해도 찰스에게 업무 일부 물려줄것”

74년간 해로한 남편 필립 공의 별세로 인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5·사진)이 퇴위를 고려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자 영국 왕실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11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왕실 관계자들은 “여왕이 왕위에서 물러나는 어떤 가능성이나 추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70년 넘게 함께한 남편을 잃은 상실감과 95세라는 고령을 이유로 70주년을 맞는 내년 재위기념일(2월 6일) 전에 퇴임을 발표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자 왕실 차원에서 적극 방어하고 나선 것이다. 여왕은 1952년 2월 6일 아버지 조지 6세가 서거하자 26세의 나이에 곧바로 왕위에 올랐다.

왕실 전문가들은 필립 공의 죽음이 여왕의 퇴위를 촉발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왕실 전문 역사학자 휴고 비커스는 BBC에 “여왕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하다”고 밝혔다. 여왕 스스로도 왕위 계승자 신분이던 1947년 “평생 할 일”이라며 죽기 전 퇴위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여왕 퇴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과 벨기에 알베르 2세 국왕, 2014년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고령을 이유로 연달아 왕위를 후손에게 넘기자 당시 88세인 엘리자베스 여왕 퇴위 여부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차남 앤드루 왕자의 성추문 논란과 계승자인 찰스 왕세자의 왕실 업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왕이 95세가 넘으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입헌군주제인 영국에서 왕은 상징적 존재를 넘어 총리 임명 등 현실정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건강 상태,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1937년 제정된 영국의 섭정법은 ‘영국 왕은 질병이나 기타 사유로 군주의 지위와 왕실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생전에 물러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퇴위는 없지만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여왕의 업무 중 문화, 자선활동 등 상당 부분을 찰스 왕세자와 다른 왕실 구성원에게 물려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0일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공영 BBC방송은 필립 공이 별세한 9일 밤부터 모든 방송 스케줄을 취소하고 필립 공의 추모 프로그램을 대거 내보내면서 시청률이 6%가량 폭락하고 시청자들의 항의가 폭주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필립공 사별#영국여왕#퇴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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