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세 손가락 경례’ 초모툰 대사 “딸이 자랑스러워 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8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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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해외대사들도 시민 불복종 운동 동참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대사가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촉구하며 쿠데타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해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대사가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촉구하며 쿠데타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해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유엔총회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해보이며 미얀마 군부를 규탄해 박수를 받은 초 모 툰 주유엔대사에 이어 주 독일, 주 미국, 주 스위스, 주 이스라엘 미얀마 대사들도 시민 불복종 운동(CDM·미얀마에서 공무원 등이 근로를 거부하며 군부에 항의하는 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초 모 툰의 주유엔 대사 직위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초 모 툰 대사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6일(현지 시간)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 “유엔총회 발언, 딸이 자랑스러워해”
초 모 툰 대사는 인터뷰에서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 이후 상황도 전했다. 그날 아침 초 모 툰 대사는 자신이 미얀마 군부를 규탄할 것임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귀가하자마자 가족들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12살 딸이 “아빠의 ‘세 손가락 경례’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딸은 “세 손가락을 다 붙여야 하는데 아빠는 손가락을 떨어뜨렸다”며 “그래도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젊은 세대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지금 같은 시대에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인지 극단적 방법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 놓았다.

NYT는 미얀마의 쿠데타 반대 집회 규모가 군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길거리에 나온 시민이나 학생뿐 아니라 외교관, 교사, 의사, 철도 근로자, 은행가, 전력 근로자와 일부 경찰까지도 군부에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이들은 미얀마에서 ‘CDM’이라고 일컫는 ‘시민 불복종 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에 참가하고 있다. 군부에 부역하는 경제 활동 일체를 거부하는 이 운동으로, 미얀마에서는 정부 시스템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은행과 공공 의료기관은 폐쇄됐다. 기차 일부도 멈춘 상태다.

○ 해외 대사들 줄줄이 시민 불복종 운동 참여
인터뷰에 따르면 해외 주재 대사관들 사이에서 적잖은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 주독일 미얀마 대사는 2월 1일 쿠데타 이후, 자신이 고등학생으로 집회에 참가했던 1988년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군부는 미얀마 시민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기에 누구든 걸림돌이 되면 총으로 쏘았다. 1988년에 일어났던 그 일이 다시 일어났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초 모 툰 대사의 ‘세 손가락 경례’ 이후 주독일, 주미국, 주스위스, 주이스라엘 대사들이 시민 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한 이유다. 주독일 대사는 “우리도 가진 것 모두를 걸고 CDM에 참여하지만, 길거리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사람이 비할 수는 없다”며 “이들과 함께 군부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CDM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군부는 초 모 툰 대사를 해임했지만 유엔은 아직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또 그의 후임으로 임명된 대사 역시 자리를 포기해 초 모 툰 대사의 직위는 유지 중이다.

초 모 툰 대사는 인터뷰에서 “나는 공무원으로 정부의 명령을 따라야 하지만, 군부는 불법적으로 권력을 얻어냈다”며 “지금은 우리의 진실된 색채, 진실된 요구를 표현해야만 하는 시기이다. 그것이 미얀마 국민을 위하는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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