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이슬람 사이 다리 놓은 역사적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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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상 첫 이라크 방문… 시아파 최고지도자 회동
알시스타니 자택 직접 찾아가
종교간 평화로운 공존 의견 나눠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6일(현지 시간) 이슬람교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서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와 만났다. 나자프=AP 뉴시스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6일(현지 시간) 이슬람교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서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와 만났다. 나자프=AP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85)이 6일(현지 시간) 이라크 이슬람교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91)를 만나 종교 간 평화로운 공존을 당부했다. 교황의 이라크 방문은 약 2000년의 가톨릭 역사상 처음이다. 교황은 5일부터 8일까지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이라크를 방문 중이다.

아랍 언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 있는 알시스타니의 자택을 찾았다. 알시스타니는 종파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전 세계 무슬림 지도자 중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중재자 역할을 했다. 현지 국영 언론은 교황이 호송 차량에서 내려 걸어가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이라크 전통 의상을 입은 시민들은 교황을 맞이하며 평화의 상징인 흰 비둘기를 날렸다.

약 45분간 진행된 비공개 대화 후 교황청 성명을 통해 “교황께서 두 종교 공동체 간 협력과 우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교황은 내전과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폭력 등으로 박해받은 이들을 보호해 온 알시스타니 지도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시아파 최고성직자실도 “이라크 내 기독교인들도 다른 이라크인들처럼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며 “교황은 모든 공동체는 평화적 공존과 인류 연대의 가치를 강화하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수개월 전부터 회담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종교 지도자의 회동을 두고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다리를 놓는 역사적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황은 7일에는 이라크 북부의 아르빌, 모술, 바크디다 등을 차례로 찾았다. 이 3개 도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남긴 전쟁의 잔해가 있는 곳들이다. 특히 모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테러조직의 공격으로 벽이 무너져 내린 4개 교회로 둘러싸인 호시 알비에아 광장에서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 기도를 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문명의 요람이었던 이 나라가 야만스러운 공격으로 피해를 보고 수많은 무슬림과 기독교인 등이 강제 이주를 당하거나 살해된 것은 잔인한 일”이라며 “오늘 우리는 희망이 증오보다 강력하며 평화가 전쟁보다 더 위력적임을 다시 확인한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교황#이라크#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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