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그리운가” 2024년 대선 출마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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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수모임서 퇴임후 첫 공개연설

성조기에 입 맞추는 트럼프 지난달 28일 퇴임 후 첫 공개 연설을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조기에 입 맞추고 있다. 올랜도=AP 뉴시스
성조기에 입 맞추는 트럼프 지난달 28일 퇴임 후 첫 공개 연설을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조기에 입 맞추고 있다. 올랜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첫 대중 연설에서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당을 창당하지 않고 지금 속한 공화당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식지 않은 인기와 건재함을 과시하며 자신에게 등을 돌린 ‘배신자’들을 응징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가 퇴임 후 39일 만인 지난달 28일 첫 공개연설 무대로 선택한 자리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여전히 내가 그리운가”라는 질문으로 연설을 시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의 여정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며 “나는 여러분의 편에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또 “새로운 당을 만들지는 않겠다”며 “우리에게는 공화당이 있다. 공화당은 단합해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의 대통령이 4년 뒤 백악관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라며 “내가 다시 출마해서 세 번째로 이길지 누가 아느냐”고 했다. 정계에 복귀해 공화당 내 반대 세력을 제압한 뒤 78세가 되는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어 그는 “공화당은 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며 “나는 강하고 터프하며 똑똑한 공화당의 리더를 세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했다. 자신을 배신한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복수도 공개적으로 다짐했다. 자신에 대한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 상하원 의원 17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다음 선거에서 이들 모두를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화당 하원 서열 3위인 리즈 체니 의원에 대해서는 “전쟁광(warmonger)”이라고 부르면서 다음 선거에서 낙선시킬 대표적 타깃으로 찍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진영 주도로 트럼프의 정계 복귀를 반대하는 특별정치활동위원회 ‘슈퍼팩’이 출범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독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바이든의 첫 한 달은 근대 그 어떤 대통령의 취임 후 한 달보다 재앙적”이라며 “그의 정책은 반(反)일자리, 반가족, 반국경, 반에너지, 반과학”이라고 공격했다. “바이든은 한 달 만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미국 최후순위(America Last)’로 만들어 놨다”며 민주당의 ‘급진적 사회주의’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행사에 참석한 청중은 열광적인 환호성과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재출마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급격히 커졌다. “USA” “4년 더” “우리가 이겼다” “사랑해요” 등을 외쳤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야유를 이어갔다.

이날 CPAC 참석자 중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출마하기를 원한다고 응답한 공화당원은 전체의 68%에 달했다. 그가 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다는 응답도 55%로 절반을 넘었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밋 롬니 상원의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편에 서지 않았던 공화당 고위 인사들이 모두 불참한 것을 상기시키며 CPAC가 C(Conservative·보수)가 아닌 T(Trump·트럼프)가 붙은 ‘TPAC’가 됐다고 논평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트럼프#2대선 출마#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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