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행세해 백신 새치기…딱 걸린 카지노 재벌 부부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1월 27일 20시 30분


코멘트

정체 속이고 모텔 종업원 행세까지
당국 “이런 짓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로드니 베이커와 아내 에카테리나. CBC뉴스 유튜브 캡처
로드니 베이커와 아내 에카테리나. CBC뉴스 유튜브 캡처
캐나다의 유명 카지노 재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빨리 받기 위해 원주민 행세를 하다 적발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쫓겨났다.

26일(현지시간) C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카지노 업체인 ‘그레이트 캐내디언 게이밍 코퍼레이션(GCGC)’의 로드니 베이커(55·남) CEO와 그의 23세 연하 아내 에카테리나는 지난 21일 캐나다 북부 유콘주로 가서 백신을 맞았다.

유콘주의 비버 크릭 지역은 아메리카 원주민 등 125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로, 다른 지역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르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부부는 이곳에서 백신을 맞기 위해 전세기를 타고 날아갔다.

부부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모텔 종업원 행세까지 했다. 하지만 부부의 연극은 금세 덜미를 잡혔다. 백신 접종을 마친 직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부부를 수상히 여긴 사람들이 이들을 신고한 것이다.

존 스트레이커 유콘주 사회복지부 장관은 “베이커 부부의 이기적인 행동에 격분했다”면서 “백신을 맞기 위해 이런 짓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비버 크릭의 원주민 지도부도 “이기적인 목적으로 우리 공동체의 연장자와 취약계층을 위험에 빠뜨린 이들의 행동을 깊이 우려한다”고 규탄했다.

베이커 부부는 유콘주에 도착한 뒤 14일간의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최대 500달러(약 55만원)의 벌금 또는 6개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GCGC 측도 “보건 당국의 지침과 회사의 핵심가치에 반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베이커 CEO를 해임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