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 아직 많이 남았다…바이든 ‘역전’ 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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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예상을 뒤집고 강하게 선전하면서 당장 최종 결과를 가름하기 힘든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여유 있게 앞서가는 것으로 나왔던 대다수의 여론조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 10곳 중 8곳에서 승리하거나 우세한 것으로 나오고 있는 것.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4년 전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예상보다 강했던 ‘레드 미라주’

개표 초반에는 바이든 후보가 여유 있게 앞서는 것처럼 보였다. 핵심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오하이오주 등은 개표가 절반 가까이 진행된 시점에 바이든 후보가 6~8%포인트 격차로 리드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선거 관계자들 사이에서 “바이든이 압승하면서 예상 외로 대선 결과가 빨리 나올 수도 있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접수가 완료된 우편투표 및 사전투표 결과가 먼저 반영되면서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해지는 ‘블루 미라주’ 현상이 더욱 짙어지면서 민주당의 기대감은 더 커졌다. 심지어 텍사스에서조차 바이든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보수의 심장마저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당적 확인이 가능한 20개 주의 사전투표는 민주당 지지자가 44.8%로 공화당(30.5%)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개표 중반부터 현장 투표결과가 속속 추가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율이 급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 9시경 일찌감치 플로리다주(선거인단 29명)에서의 승리를 확정지은 데 이어 자정을 조금 넘겨 아이오와주, 오하이오주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치열한 접전 속에 신(新)경합주로 분류된 곳들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6~8%포인트 차의 단단한 승리였다. 이어 남부 ‘선벨트’의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주에서도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바이든 후보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율이 높아졌다.

북부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는 ‘레드 미라주’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 접전이 이어져온 펜실베이니아주는 물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우세했던 위스콘신, 미시건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4%, 8%포인트 앞서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74% 개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55.6%, 바이든 후보가 43.0%로 격차가 13.8%까지 벌어져 있다.

●우편투표, 아직 많이 남았다

워싱턴포스트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213명으로 바이든 후보(220명)와 불과 7명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현재의 기세를 몰고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한 경합주를 싹쓸이할 경우 재선의 문턱에 가까워진다. 무엇보다 끝까지 초접전이 이어진 플로리다주에서 4년 전의 격차(1.2%포인트)보다 3배 가까이 벌어진 격차로 깔끔한 승리를 이뤄낸 것은 상징성이 크다.

다만 일부 경합주에서 아직 발송이 진행 중인 우편투표가 뒤늦게 도착하면서 현재까지 개표 결과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는 6일, 미시건주는 17일까지 우편투표를 접수한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개봉해야 할 우편투표가 110만 표에 달하는데, 이는 현재의 표 차(약 68만 표)를 뒤집을 수 있는 규모다. 11만8000표 차이로 박빙의 승부가 진행 중이던 조지아주에서는 개표장 배관시설이 터지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8만표 정도의 부재자투표용지 개봉이 하루 미뤄졌다.

바이든 후보가 현재 우위를 달리는 애리조나주의 승리를 확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제외한 남부 ‘선벨트’의 경합주 모두와 펜실베이니아주를 가져간다고 가정할 경우 두 후보가 확보하는 선거인단 수가 269명 대 269명으로 동률이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은 하원이, 부통령은 상원이 뽑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언론들은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즈는 “양 측 모두 손톱을 물어뜯으며 개표를 지켜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며 “최종 승자를 결정하기까지 며칠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직도 수 백 만 표가 집계를 기다리고 있다”며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중서부 ‘러스트 벨트’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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