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추격 허용’에…바이든 수동적 유세전략 잘못? 지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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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간)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대부분의 경합주에서 선전하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선거 전략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선 캠페인 막판까지 주요 경합주 지지율에서 앞섰던 바이든 후보가 이를 지키기 위해 너무 수동적으로 선거전을 진행한 것이 추격의 빌미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후보의 선거 운동에서 가장 대조를 이뤘던 것은 오프라인 선거 유세에 대한 태도다. 바이든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지키기 위해 대부분의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이렇다할 대규모 유세를 진행하지 않았다. 차 안에 탄 수백 명의 지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드라이브 인’ 유세를 하면서 유권자들과 대면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켰다. 팬데믹 대응에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기자회견이나 정견 발표도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을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현장 유세를 소화하며 바이든 후보와 대조를 이뤘다. 특히 선거일 직전에는 하루 5개주를 돌고 직선거리로 4000km에 이르는 거리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격전지 공략에 집중했다. 최대한 많은 곳을 방문하기 위해 오후 11시 시작하는 심야 유세에도 나서 자정을 넘겨서 유세가 끝나는 일도 생겼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쳐진 상황을 전방위 ‘발품 유세’로 만회하려는 전략이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바이든 후보 지지자로부터는 “대규모 군중을 동원해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찾아오게 하는 비장의 무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달리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바이든 후보를 ‘지하실 조(Basement Joe)’라고 조롱하면서, 자신은 고령의 바이든 후보와 달리 건강하고 왕성하다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데도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추격에 놀란 바이든 후보도 선거전 종반에는 사회적 거리를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현장 유세를 늘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 행보를 따라잡기엔 한계가 있었다.

두 후보의 이런 차이는 캠프 자원봉사자들의 선거운동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트럼프 캠프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이 맡은 동네를 집집마다 방문해 투표 참여를 설득했다. 이런 노력은 경합주에서 공화당의 신규 유권자 등록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민주당은 자원봉사자들도 비대면 선거운동 방식을 고수했다. 유권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해 지지를 호소하는 폰뱅크(Phone Bank), 후보 선전물을 유권자들 집 앞에 갖다놓는 릿드롭(Lit Drop) 등이 주된 방식이었다.

이런 차이 때문에 트럼프 캠프의 선거비용 지출 내역에는 인건비 항목이 많은 것에 반해, 바이든 캠프는 각종 비대면 광고 지출이 많다. 11월 3일 대선 전 마지막 주의 TV, 디지털 광고에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측의 2배가량인 5000만 달러를 투하했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이런 ‘안전한 캠페인’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선거 전날인 2일 바이든의 선거 캠프 대변인 사이먼 샌더스는 공영방송 PBS에 출연해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위험하다. 유권자들은 우리의 비대면 캠페인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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