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다음달 방한 조율… 폼페이오 행보에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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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외교수장 릴레이 방한때, 韓에 ‘美-中사이 선택’ 강요할수도

한국과 중국 정부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다음 달 방한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당국은 다음 달 7일경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어 양국의 외교 수장이 잇따라 다음 달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극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중이 한국에 각각 자신을 선택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왕 부장의 방한 일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 다만 외교부 관계자는 “방한 시기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나 올해 말 한국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리커창(李克强)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이미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양제츠(楊潔지) 공산당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방문한 터라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한 나라를 찾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을 겨냥해 미중 갈등 속 한국 끌어들이기가 왕 부장의 방한 목적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왕 부장은 폼페이오 장관과 마찬가지로 다음 달 초 일본도 방문한다고 일본 NHK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왕 부장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과 회담한 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예방하는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을 찾는다. 쿼드 참여국인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대중국 압박 전선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왕 부장의 일본 방문은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에서 반중(反中) 전선을 결집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스가 총리는 ‘대미 동맹을 외교 축으로 삼되 중국과도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한편 마셜 빌링슬리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 대통령 특사가 27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그가 28일 외교부와의 협의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한국 배치 또는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왕이#방한#폼페이오#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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