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스캔들’ 스페인 前국왕, 굴욕적 퇴장

임보미 기자 입력 2020-08-05 03:00수정 2020-08-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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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간 재임 ‘민주화 상징’ 카를로스, 뇌물 문제 커지자 아들인 現국왕에
“스페인 떠나있겠다” 편지 보내… 잇단 추문에 왕실 존폐 논란 커져
2014년 6월 양위식 며칠 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 군사 행사에 등장한 후안 카를로스 당시 국왕(오른쪽)의 모습. 그의 뒤로 펠리페 6세 현 국왕(왼쪽)과 레티시아 왕비의 모습이 보인다. 마드리드=AP 뉴시스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후안 카를로스 전 스페인 국왕(82)이 고국을 떠나기로 했다. 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6년 전 아들 펠리페 6세(52)에게 양위를 하고, 지난해에는 “더 이상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사실상 망명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펠리페 6세 또한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아 왕실 존폐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를로스 전 국왕은 3일(현지 시간) 펠리페 6세에게 “과거 사건으로 시작된 국민 반발로 이 나라를 떠나려고 한다. 떠난 후에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일부 언론은 그가 이미 카리브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떠났다고 보도했으나 정확한 소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스페인을 철권 통치하던 1938년 당시 왕실의 망명지였던 이탈리아 로마에서 출생했다. 1975년 왕위에 올랐고 군부 잔재를 청산해 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존경받았다. 하지만 집권 말년 비리와 혼외정사 등으로 왕실 이미지를 추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출생 때와 마찬가지로 말년 또한 타국에서 보내게 됐다. BBC는 “스페인 역사에 남는 듯했던 국왕의 굴욕적인 퇴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 고속철 사업권을 따낸 스페인 컨소시엄이 사우디로부터 제때 돈을 받지 못하자 막후 중재자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1억 달러(약 1200억 원)의 뇌물을 받았고 이 돈을 내연 관계인 독일 여성 사업가 코리나 비트겐슈타인을 통해 조세 회피처에서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2012년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호화 코끼리 사냥까지 즐겨 입방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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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왕의 돈이 현 국왕에게도 흘러들어갔다는 의혹 역시 끊이지 않는다. 이에 펠리페 6세는 올해 3월 “아버지 유산에 대한 상속을 포기하겠다. 전임 국왕에게 지급하는 연금도 없애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집권 사회노동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극좌 정당 포데모스는 줄곧 “카를로스 전 국왕은 지도자라고 불릴 가치가 없다”며 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왕실 폐지 주장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카를로스 전 국왕의 차녀 크리스티나 공주(55)는 2012년 유명 핸드볼 선수였던 남편과 공동 운영했던 비영리 재단에서 공금 600만 유로를 빼돌려 큰 비판을 받았다. 남편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며 공주의 작위도 박탈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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