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자 취소 방침에 한국인 유학생 실제로 美입국 거부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4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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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 유학생의 비자를 제한한다는 지침을 내린 뒤 한국인 유학생의 미국 입국이 실제로 거부된 사례가 발생했다. 17개 주 정부와 200여 개 대학에서 이 지침을 중단하라는 소송에 동참하는 등 유학생 비자 문제가 미국 사회에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다.

시카고선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은 13일(현지시간) 법원에 제출된 문서를 인용해 시카고 드폴대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이 8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입국심사를 맡은 미 연방 직원들은 이 학생이 아직 가을학기 수업과정에 등록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으면서, 학생의 수업 계획이 새로운 비자 규정에 부합하는지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이 새 학기에 오프라인 수업을 들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학생의 사례는 드폴대 등 전국 59개 대학이 연대해 미국 연방정부를 제소한 문건에 담겨 있다.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는 6일 올해 가을학기를 100% 온라인 수업으로 받는 외국인 유학생의 기존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일선 공항에서 이 지침이 실제 적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재가동을 위해 대학들에게 오프라인 개학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을 겨냥한 비자 제한 조치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 대학들과 주정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메릴랜드 등 17개주와 워싱턴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의 시행을 막기 위한 소송을 13일 제기했다.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주 법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 의미 없는 정책의 근본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는 시도조차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앞서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연방 정부의 새 지침 시행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지금까지 법원에 의견서를 내는 등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법적 대응에 동참한 대학이 미국 내 200여 개에 이른다. 대학들은 올 가을학기에 외국인 유학생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등록금 수입의 감소 등으로 재정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각 주 정부는 온라인 수업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와 샌디에이고는 가을학기 수업을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13일 결정했다. LA는 미국에서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학군으로 70만 명의 학생이 있다. 오스틴 보이트너 LA 교육감은 “우리는 학교가 세균 배양접시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된 뉴욕시는 학교에 따라 일주일에 1~3일 대면 수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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