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車 사장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 갖고 오는 사람이 후계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7일 20시 19분


코멘트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자동차 사장(64·사진)이 자신의 후계자에 대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갖고 오는 사람”이라며 “(내게) 아이디어가 사라졌을 때 은퇴를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 사장은 7일 주니치신문,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각종 사업에 내가 아이디어를 내면 직원들이‘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라며 놀란다”면서도 “어느 순간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가져와 나 역시 ‘그렇다’고 인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 또 ‘사장님, 틀렸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후계자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요타 사장이 후계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취임 11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내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것은 오만한 것이고 환경이 바뀌면 결단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 나는) 도요타 기업의 보수 본류와는 다른 방향을 지향해 왔다”고 말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최고경영자(CEO)의 필수 자질이며, 자신의 후계자도 그런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 없이 사장 자리만 부러워하거나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사업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최근 도요타 사장이 후지산 기슭에 있는 도요타 공장 부지를 개조해 만들겠다고 밝힌 스마트시티 건설 계획, 이른바 ‘우븐 시티’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내가 ‘톱다운’으로 사업을 전개하면 그저 따라가겠다는 직원이 많아지는데, 대기업에서 이런 부류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은퇴 시점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보고 내가 분하지 않고 수긍하게 될 때 은퇴하겠다”고 했다. “임기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갑자기 (은퇴 시점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부사장 직제를 없애고 23명이었던 임원 규모를 9명까지 줄이는 등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또 임원들을 같은 직위로 맞추고, ‘성과 중심의 조직’을 강조하고 있어 본격적인 후계자 선정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가와이 미쓰루(河合滿·72) 부사장의 명함에 부사장 직급이 사라지고 ‘오야지(책임자)’라고 적힌 것이 공개되기도 했다.

도요타 사장은 “도요타자동차를 코끼리에 비유한다면 이전에는 다리나 코를 보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나와 함께 코끼리 자체를 움직이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역할 중심의 조직으로 바뀌는 지금의 상황을 직원들이 기회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