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규제 철회를” 日 “WTO行 유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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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소 재개’ 다음날 한일 외교 통화… 45분간 서로 “유감” 주고받아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 만에 한일 외교장관이 통화를 갖고 유감 표명을 주고받았다. 일본은 한국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고, 한국은 기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양국 간 대립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외교부는 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이 대외무역법 개정 등을 적극 노력해 일본이 제기한 수출규제 조치 사유를 모두 해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조치가 유지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했다. WTO 분쟁 절차 재개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대응 성격이란 것이다.

그러나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한국 정부의 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 발표에 대해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고 일본 외무성은 전했다.

이날 통화는 오전 11시 40분부터 약 45분간 진행됐으며 일본 외무성이 전날 우리 결정과는 별도로 지난달에 먼저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일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문제 해결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5월 말까지 밝혀 달라”고 촉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러자 정부가 WTO 제소 재개 카드를 추가로 꺼낸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3일 한 외무성 간부가 “한국의 결정은 ‘왼손으로 때리면서 오른손으로 악수하자는 이야기다. 모순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제산업성 간부는 “쌓아올린 것이 무너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이 실제로 WTO 제소 절차를 밟을지는 미지수”라며 “WTO의 분쟁 처리 과정은 결론이 나올 때까지 평균 2년 이상 걸리고, 최종심인 상급위원회는 미국의 반대로 정원을 확보하지 못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제소 추진이 대일 압박용 성격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외무성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한일 외교장관 통화에서 강경화 장관이 기업인 입국제한 조기 완화를 요청했으나 모테기 외상은 “일본 내의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유입 방지 대책으로 한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올해 3월 시작해 다른 나라로 확대한 입국규제를 계속 연장하고 있다. 강 장관과 모테기 외상은 이날 한일관계 현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 수출규제#wto 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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