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진 찍으려고 시위대에 최루탄 쐈나”… 트럼프가 향한 곳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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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마틴 트위터 캡처
제임스 마틴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최루탄으로 해산시킨 뒤 이번 시위로 화재 피해를 입은 세인트 존스 교회까지 걸어가 성경책을 들고 사진을 찍어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인트 존스 교회 ‘깜짝 방문’은 워싱턴으로 시위가 확산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대통령이 백악관 지하 벙커로 피신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에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인근 공원에서 평화시위를 하던 시위대를 최루탄을 쏴 가며 해산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로운 외침이나 평화 시위가 성난 폭도들에게 잠식당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나는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고 평화 시위대의 편이다”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이 연설에서 스스로를 ‘평화 시위대의 편’이라고 강조하는 순간에도 바깥에서는 통금시간(오후 7시)을 경고하는 고함 소리와 시위대 해산을 위해 발사되는 최루탄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날 연설 중 세인트 존스 교회에 대해 “최고 역사를 지닌 교회 중 하나가 불탔다”고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직후 오후 7시 1분부터 백악관부터 세인트 존스 교회까지 직접 걸어가는 이벤트를 꾸몄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 보좌진들은 세인트 존스 교회 화재 소식 직후 대통령이 교회건물까지 걸어가야 한다며 깜짝 방문 행사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 제라드 쿠슈너-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진 등을 대동해 교회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를 배경으로 선 채 성경책을 흔들며 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로운 방문을 위해 경찰은 이날 오후 세인트 존스 교회 인근 라파예트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최루탄을 쏴가며 해산시켰다. 성직자들은 물리력을 동원해 군중을 내쫓고 교회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분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리안 버드 워싱턴 D.C. 교구 성공회 주교는 CNN에 “대통령은 조지 플로이드를 언급하지 않았다. 수백 년간 백인 우월주의, 끔찍한 인종차별에 시달린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통합과 치유의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은 그저 성경을 배경으로 이용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예수회 사제 및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의 편집자 제임스 마틴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성경책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정말 역겹다. 성경은 소품이 아니고 교회는 사진찍는 곳이 아니며 종교는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신은 당신의 장난감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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