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중앙지검장 “檢 박탈감·자괴감 드는 시기…과함 없었나 곱씹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21일 10시 54분


취임식서 “저 또한 억울…오만한 언행 성찰부터 시작하자
보완수사-경찰 사법통제로 검찰 존재 의의 인정받아야“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제66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11.21/뉴스1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제66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11.21/뉴스1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검찰은 맡은 바 역할 때문에 국민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요근래만큼 그동안 쏟아부은 열정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박탈감과 자괴감이 드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취임사에서 “저 또한 억울한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후 불거진 여파에 대한 입장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달 8일 정진우 전 지검장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항소 포기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으로 지휘라인에 있었던 박 지검장이 임명되자 ‘보은성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박 지검장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검찰 조직이 단일 인격체가 아니듯 저마다 생각과 해법은 같지 않다”면서도 “최소한 국민들로부터 수사권 행사의 형평성이 지적됐던 장면들, 무의식적으로나마 오만하게 보일 수 있었던 언행들을 생각해보며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했다. 그는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며 “부지불식간에 넘어갔던 부족함이나 과함이 없었는지 곱씹어보는 자세를 가지자는 것”이라고 했다.

박 지검장은 “나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스스로의 관행’으로부터도 벗어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반추해보는 노력을 할 때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쏟아부었던 우리의 땀과 노력을 국민들께서 한분 한분씩 다시 인정해 줄 것”이라며 “힘든 여건이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검찰 본연의 업무에 정성을 다하자”고 독려했다.

박 지검장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찰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한 효율적인 사법통제와 보완수사야 말로 국민들로부터 검찰의 존재 의의를 새롭게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며 “이를 위해 저는 업무체계의 효율성을 살피고, 적정한 자원배치를 통해 구성원 각자가 자부심을 가지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지검장은 검찰 제도 개편에 대해선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청 업무에 대한 조직과 기능의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며 “형사사법제도는 변할 수 있지만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권익을 구제하는 검찰 본연의 책무는 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 제도 변화와 개편 논의에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대응하겠다”며 “78년간 쌓아온 역량과 가치가소실되지 않게 구성원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박 지검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직으로 좌천됐다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근 대장동 수사팀은 “항소 방침을 대검에 보고하자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박 지검장이 ‘재검토해 보라고 한다’면서 항소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지검장은 이를 겨냥한 듯 첫 출근길에 “저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퍼졌다”며 “직책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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