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승소의 공적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자 정부가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0일 2022년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배상금 취소 소송을 주도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잘하신 일”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한동훈 전 장관을 만나면 취소신청 잘하셨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론스타 소송의 승소는 국가적 경사”라며 “그런데 승소 후 숟가락 논란이 일어나고 과거 중재취소신청과 관련해 이러 저러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사건 중재취소 신청을 할 때에는 과거 사례 등에 비추어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 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취소 신청을 하느냐는 주장도 있었다”며 “그러나 당시 한동훈 법무장관은 가능성을 믿고 취소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잘 하신 일이다. 소신있는 결정으로 평가 받을 결단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취소 소송은 한 장관이 법무부를 떠난 이후 본격 진행되어 내란 시기에 구술심리가 있었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마무리가 됐다”며 “정치적 혼란기에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한 법무부 직원들, 정부대리인인 변호사 등 모든 관계자들의 헌신이 모아져 승소를 만들어 냈다”고 강조했다. 소송이 한 전 대표의 법무부 장관 퇴임 후 이뤄진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국운이 다시 상승하는 시기에 모두 함께 감사하고 즐거워 해야 할 일”이라며 “그동안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김 총리도 페이스북에 “아침 일찍 이번 론스타 승소에 핵심적 역할을 하신 분들께 감사전화를 드렸다”며 정홍식 법무부 국장, 조아라 법무부 과장, 김준희 변호사, 김갑유 변호사, 김준우 변호사, 전요섭 금융위 국장 등을 언급했다.
이어 “하나같이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양의 말씀을 하셨다. 이 외에도 많은 분들이 애쓰셨다”며 “실제로는 이분들이 진짜 공로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성호 장관께 치맥 파티라도 하시라고 말씀드렸다”며 “대통령님도 돌아오시면 이분들을 치하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처음부터 이번 일은 대통령도 장관도 없던 정치적 혼란기에 흔들리지 않고 소임을 다 하신 분들의 공로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강조했다”며 “이런 일이야말로 정치적으로 시비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이유삼아 한 쪽을 다 매도할 필요도 없고, 의례적 검찰항소처럼 취소신청한 것 외에 뭐가 있냐 폄하할 필요도 없다”며 “언제 한동훈 전 장관을 만나면 취소신청 잘하셨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다. 국가의 모든 힘을 모아 국력을 키우고 국운을 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론스타 ISDS 승소를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이재명 정부의 성과”라며 반긴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을 가로채려 한다”며 날을 세웠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9일 대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13년 만에 론스타 소송에서 대한민국이 승소했다는, 그리고 4000억원을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인 성과와 더불어 더욱 빛나게 된 대한민국을 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13년간의 론스타 분쟁의 마침표를 찍은 이재명 정부의 ISDS 판정 취소 소송 승소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배상금 0원이라는 기적과 같은 결과를 끌어낸 정부 당국과 실무진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 가로채기’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비난해 놓고 이제 공을 가로채려 한다”고 지적했다.
취소 신청을 주도했던 한 전 대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야당 시절) 민주당은 그냥 구경만 한 게 아니라 이 항소 제기 자체를 강력 반대했다”며 “업적 공방을 하자는 게 아니라 민주당 정권의 잘못된 ‘가로채기’를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바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전 대표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론스타 ISDS는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닌 20년에 걸친 국가 전체의 작업”이라며 “항상 ‘공은 내 탓, 잘못은 네 탓’을 하니 리더의 자격을 잃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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