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적반하장 “한국 핵잠수함 보유, 핵도미노 부를것” 비난

  • 동아일보

한미 팩트시트 나흘만에 첫 반응
“엄중한 사태발전 대응조치 할것”… 군사회담 제안 다음날 도발 시사
통신사 논평으로 美엔 수위 조절… 대통령실 “北에 적대-대결 의사 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올해 3월 전략핵잠수함(SSBN) 건조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북한은 2021년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핵심 5대 과업으로 SSBN 건조를 제시한 뒤 올해 처음 건조 현장을 노출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SSBN 건조가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올해 3월 전략핵잠수함(SSBN) 건조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북한은 2021년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핵심 5대 과업으로 SSBN 건조를 제시한 뒤 올해 처음 건조 현장을 노출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SSBN 건조가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18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자체 핵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서 지역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6차례의 핵실험은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잠수함(SSBN)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장착할 예정인 한국의 핵잠 추진에 적반하장식 비난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또 “전 지구적 범위에서 핵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하는 엄중한 사태발전”이라며 “현실 대응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부가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한 다음 날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빌미로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北 “한국 핵잠으로 준핵보유국 발돋움”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3700여 자 논평에서 14일 공개된 팩트시트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대해 “우리 국가에 변함없이 적대적이려는 미한(한미)의 대결적 기도가 다시 한번 공식화, 정책화됐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지난 시기 기만적으로나마 표방하던 ‘조선반도(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바꾼 것 자체가 우리 국가의 실제와 실존을 부정한 것”이라며 “파렴치의 극치이며 유아독존을 체질화한 양키식 사고방식”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특히 미국의 핵잠 건조 승인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지지에 대해 “(한국이) ‘준핵보유국’으로 키돋움(발돋움)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줬다”며 “오래전부터 꿈꿔온 핵 야망 실현의 대문을 열어제끼기 위한 가장 위험한 행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의 핵잠 보유를 승인해준 것은 아태지역의 군사안전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전 지구적 범위에서 핵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한다”며 “한미동맹의 지역화, 현대화로 아태지역에 미국 주도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안보구도를 형성하려는 미국의 패권적 기도”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에 핵잠을 승인한 것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한 것.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를 부각하면서 중국, 러시아의 지원과 핵개발 정당성을 강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 대통령실 “대북 적대·대결 의사 없어”

북한의 반발에 정부는 “한국의 핵잠 추진은 대북 적대 기조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조선중앙통신의 논평과는 달리 북측에 적대나 대결 의사가 없으며,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도 “한반도의 비핵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며 “우리의 핵잠 운용은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 대응해 우리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고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미국과 협의하는 건 핵무기 보유 의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대화 재개 조건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핵잠 보유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적반하장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의 핵잠과 원자력협정 개정은 결국 북한을 겨냥한 것이니 자신들의 핵 보유가 결국은 정당하다는 귀결을 강조하기 위한 논평”이라면서도 “통상 SCM이나 정상회담 팩트시트 정도 내용이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총참모장의 거친 언사가 담긴 담화가 나오기 마련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대화 여지를 고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비록 정부 고위 관계자 대신 언론사 논평의 형식을 빌려 메시지 수위 조절에 나섰지만 이는 대남, 대미 비판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미 간 관련 협의가 진전됨에 따라 북한의 반발도 점증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핵 도미노 현상#한국#핵잠 추진#준핵보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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