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 증가 예상에 0.2%P 높여
“美관세 인상 부정적 영향 본격화
수출 증가폭 올해 4.1%보다 둔화
경기 회복땐 확장재정 정상화해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에 한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회복세에 따라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높였다. 하지만 내년에 미국의 관세정책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수출은 1.3%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현장의 어려움을 몸소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내년 수출 증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 미 관세 여파 본격화로 수출 둔화
11일 KDI가 발표한 ‘하반기(7∼12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전년 대비 0.9%,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8월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해 생각했던 것보다 반도체 경기가 훨씬 좋았는데 내년에 더 좋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 정부 예산안이 생각보다 더 확장적으로 편성됐다”며 상향 이유를 설명했다.
KDI는 내년에 시장금리 하락과 확장적 재정정책 등으로 민간소비가 1.6% 증가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2.0%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올해 부진했던 건설투자(―9.1%)도 내년엔 증가(2.2%)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내년 소비자물가는 2.0% 상승하며 올해(2.1%)와 상승률이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출은 미국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하고, 선제적 수출 효과가 줄어들어 증가 폭(1.3%)이 올해(4.1%)보다 크게 둔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 총괄은 “4월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발표 이후 선제적 수출 효과와 수출기업들의 노력, 관세가 적용되지 않은 반도체 호조 등으로 수출 위축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며 “고율 관세의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시기가 밀린 것일 뿐 위험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경기 회복하면 확장재정 정상화해야”
수출기업들은 내년 수출 전망을 KDI보다 더 비관적으로 봤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10대 수출 주력 업종의 매출 1000대 기업(15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0.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선박(5.0%), 전기·전자(3.1%), 일반기계(2.3%), 바이오헬스(2.1%), 반도체(1.7%), 석유화학(0.7%) 등 6개 업종에선 수출이 증가하는 반면 자동차(―3.5%), 철강(―2.3%), 자동차부품(―1.4%), 석유제품(―1.3%) 등에선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은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67%)를 꼽았다.
KDI 역시 내년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미국발(發) 통상 불확실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한미 무역협상에 대한 양국의 팩트시트(설명자료) 발표가 지연돼 자동차 등의 관세 인하 시기가 불확실하고, 상호관세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KDI는 경기가 회복되는 속도에 맞춰 정부의 확장적 정책 기조를 점차 정상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2025∼2029년)에 따르면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매년 GDP 대비 4%를 웃돌고, 국가채무비율도 연평균 2.2%포인트씩 늘어 재정 건전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저출생·고령화로 늘어날 재정 부담에 대비해 기초연금을 취약 고령층에 집중 지원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 수입 대신 학령인구에 연동하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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