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와인평론가 서클링 방한
“입맛은 주관적이라 한계 존재
산도-타닌 등 객관적 측정 가능
와인 평가 ‘레거시’ 남기고 싶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제임스 서클링은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소비하는 국가”라며 “시음회를 통해 와인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한국의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박형기 기자 onehsot@donga.com
“언젠간 내가 세상을 떠나 없게 되더라도 ‘제임스 서클링의 와인 평가’를 이어갈 수 있는 ‘레거시’를 남기고 싶었다.”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제임스 서클링은 최근 인공지능(AI)을 개발 중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평론가인 그는 약 2년 반 전부터 ‘와인 AI’를 개발해오고 있다.
서클링은 “현재 한국 기업인 솔트룩스를 비롯해 태국에서 데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간 작성해온 테이스팅 노트와 기사, 목소리 등을 통해 내가 와인을 평가하는 방식을 학습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3일 열린 ‘그레이트 와인스 월드’(GWW)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클링은 한국인 부인 마리 씨와 함께 매년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와인 시음 행사인 그레이트 와인스 월드를 진행한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방콕, 도쿄, 홍콩에서 진행된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시음회에서는 서클링으로부터 92점 이상을 받은 와인 260여 종을 선보였다. 1년 동안 4만 병 이상 시음한 와인 가운데 선별한 것이다. 서클링은 색감(15점), 아로마(25점), 텍스처(25점), 품질(35점) 등 총 100점으로 와인을 평가한다. 이 점수는 소비자는 물론이고 세계 와인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미친다.
현재는 비비노(Vivino)라는 와인 추천 애플리케이션(앱)이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평가자의 주관적인 입맛에 와인의 평점이 좌우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서클링이 개발하는 AI의 경우 그가 작성한 25만여 개의 와인 테이스팅 노트 등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와인 추천이 가능하다.
그는 “향과 맛은 주관적이지만 알코올 도수, 와인의 산도, 타닌 등이 합쳐진 텍스처는 그렇지 않다”며 “이런 요소들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AI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인터뷰에 함께한 마리 씨는 “한국의 팬들은 시음회를 즐길 뿐만 아니라 와인을 배우려는 갈망이 큰 것 같다”며 “한국 여성으로서 한국 와인 시장이 커지는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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