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내수 ‘1990년대 수준’… 업계 “건설 부양 없인 산업 붕괴 불가피”

  • 동아경제

건설경기 악화로 시멘트 소비가 줄면서 26일 충북 단양군 한일시멘트 공장 내 키른(Kiln·소성로)이 멈춰 있다. 이 공장은 6기의 키른 중 4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2025.03.26.뉴시스
건설경기 악화로 시멘트 소비가 줄면서 26일 충북 단양군 한일시멘트 공장 내 키른(Kiln·소성로)이 멈춰 있다. 이 공장은 6기의 키른 중 4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2025.03.26.뉴시스
국내 시멘트업계가 34년 만에 최악의 내수 부진을 기록했다. 건설수주 감소와 착공 지연, 환경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업계 전반이 구조적 불황에 직면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11일 2025년 시멘트 내수가 전년 대비 16.5% 감소한 3650만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91년 내수 3711만톤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협회는 내년에도 수요 반등 요인이 없어 올해와 유사한 3600만톤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시멘트 내수 3650만톤은 전년 대비 721만톤 감소한 수치로 업계 생산능력이 6100만톤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가동률 하락이 심각한 수준이다. 1990년대 초반 생산능력이 4210만톤이던 시기보다 내수가 적어 업계 내부에서는 단순 수치 이상의 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시멘트 내수 급감의 주요 원인은 건설경기 위축이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8.9% 줄었다. 수주는 향후 공사를 위한 계약 체결 단계로 실질적인 공사 착공으로 이어져야 자재 수요가 발생한다. 그러나 건축착공이 12.8%, 공사 진행률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이 18.1% 감소하면서 현장 투입 물량 자체가 줄었다. 국가 주도의 SOC 사업 예산도 최근 몇 년간 축소돼 시멘트 수요 위축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멘트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업계는 물류비와 환경규제 부담까지 겹쳐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운반비가 40% 인상돼 업계는 약 12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다.

환경부문에서도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안에 따라 2018년 대비 53~61% 감축이 요구되면서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협회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실효성 있는 감축 수단이 없다”며 “시멘트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내년 내수 전망을 올해보다 소폭 줄어든 3600만톤으로 제시했다. 착공 부진이 지속되고 PF 리스크와 대출 연체율 상승 등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시멘트 수요 회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향후 5년간 주택공급 확대와 SOC 예산 27조5000억 원의 적시 집행을 추진하고 있어 감소폭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멘트업계는 착공 지연, 비용 상승, 규제 강화 등 ‘3중 압박’ 속에서 장기 불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과 SOC 조기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멘트산업 전반이 구조적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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