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기대보다 ‘진단적 기대’가 주택가격 움직임 설명
과도한 기대심리, 경기 부양 효과 약화·금융불안 위험 키워
9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11.9 뉴스1
서울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값 고공행진’은 경기 상황보다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실 소속 이정혁 조사역과 경제모형실 소속 윤진운 조사역이 발표한 ‘진단적 기대를 반영한 주택시장 DSGE 모형 구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될수록 집값 상승폭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내 주택시장에서 ‘합리적 기대’가 실제 주택가격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결과, 오히려 ‘진단적 기대’가 국내 주택가격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활용해 살펴본 결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에도 상당 기간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이어졌다. 합리적 기대에서 벗어난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진단적 기대를 반영해 가격 변동 요인과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를 분석했다. 진단적 기대는 뉴스 정보나 기억을 선택적으로 떠올려 경제여건 변화와 무관하게 미래에도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편향되게 기대하는 심리를 뜻한다.
진단적 기대가 반영되면 금리 인하 정책이 시행될 때 주택가격이 합리적 기대에 비해 크게 오르는 반면, 경기 부양 효과는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진단적 기대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할 경우, 주택가격 상승폭이 합리적 기대 대비 8분기 후 약 5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GDP·투자·소비의 증가율은 8~10%가량 낮아 경기 회복 효과는 오히려 약화됐다.
연구진은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할수록 금리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가 약해지고, 오히려 금융불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참가자들이 과도한 상승 기대를 갖지 않도록 일관된 주택시장 정책을 유지하고, 경기 대응 과정에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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