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줄 알았으면 갈아타지 말걸”…4세대 실손 가입자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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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오르는 4세대 실손보험료…갈아타기 전보다 보험료 지출 더 커져
실손보험 승환계약 시 끼워팔기…고령층 보험료 가파른 증가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에서 간병인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에서 간병인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60대 A 씨는 지난 2022년 15만 원에 육박하는 실손보험료가 부담스러워 1세대 실손보험에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탔다. 당시 A 씨는 실손보험을 갈아타면서 보험료를 기존 약 15만 원에서 5만 원 수준까지 내릴수 있었다. 당시 A 씨의 보험설계사는 아낀 실손보험료 10만 원을 중 약 8만 원을 암보험에 가입시켰다. 최근 A 씨는 걱정이 커졌다. 올해 실손보험료가 1만 원 가까이 인상됐고, 과거 5년마다 인상됐던 이전 실손보험과 달리 4세대 실손보험은 매년 보험료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다음달 실손보험료 조정률을 발표한다.

각 손보사는 보험연구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해 그 결과를 참고해 보험료 인상폭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보험료 인상은 업계 자율로 결정되지만, 실손보험은 많은 국민들이 가입한 상품인 만큼 보험료 인상 시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품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3세대 실손이 128.5%로 가장 높았고, 4세대 실손보험이 111.9%로 뒤를 이었다. 또 1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97.9%, 2세대 실손보험이 92.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손보험은 3세대가 20%, 4세대가 13%, 2세대 6%, 1세대 2% 수준으로 인상됐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실제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과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나눈 수치로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소비자에게 지급했다는 의미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1세대·2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3세대·4세대 실손보험보다 손해율이 낮은 이유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3세대 또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1·2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더 높았고, 이로 인해 실손보험료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실제 지금도 1·2세대 실소보험 가입자 중에는 실손보험료만 15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육박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실손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해 새로운 실손보험을 출시해 손해율 상승을 억제했다.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새롭게 출시된 실손보험으로 갈아탔고, 3·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손해율 악화와 함께 보험료가 큰폭으로 상승했다.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 사이 판매된 상품이고, 4세대 실손보험은 2021년 7월 이후 현재까지 판매되는 상품이다.

하지만 새롭게 출시된 실손보험은 기존 상품보다 보장범위, 한도, 기간 등이 축소됐다.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낮지만 갱신주기가 1년, 만기도 5년으로 기존 상품보다 짧다. 또 비급여 전체를 특약으로 분리해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상승하는 차등제를 도입했고, 1·2세대 실손보험과 비교해 자기부담금도 높다. 이는 의료이용이 본격적으로 많아지는 50~60대에게 보험료 상승이 가팔라지고, 의료비용도 더 커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던 2021~2022년 당시 실손보험료가 높은 50~60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 갈아타기에 대한 고민도 컸다. 당장의 실손보험료는 낮출 수 있지만, 갱신주기가 짧고, 비급여 비중 커지면 의료비용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이용이 많지 않은 소비자나, 높은 실손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승환했다.

실손보험은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미끼상품이다. 보험설계사가 실손보험 계약을 체결해도 수수료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절판영업, 승환영업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실손보험 계약을 통해 다른 보험상품을 판매하려는 전략 때문이다.

4세대 실손보험이 판매될 당시에도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암보험, 종합보험, 화재보험 등을 끼워서 판매했다. 기존 실손보험에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서 낮아진 보험료만큼 다른 보험상품을 끼워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4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이 올해부터 시작했다는 점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이 사용해온 연령별 손해율과 함께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 할증하는 차등제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의료이용을 하지 않아도 또래 연령층에서 의료이용이 많다면 보험료는 오른다. 또 1·2세대 실손보험은 3년에서 5년 주기로 보험료가 인상되지만 4세대 실손보험은 매년 보험료가 인상돼 소비자에게는 보험료 인상 부담이 더 크다. 60대 이상의 고령층 가입자는 매년 실손보험료가 인상된다는 의미다.

결국,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더 좋은 보장을 포기하고 1·2세대 실손보험에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탔지만, 실손보험을 갈아탄 지 2~3년 만에 더 많은 보험료를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입한 지 2~3년밖에 안 된 보장성보험 등을 해지하는 것도 소비자에겐 손해다. 보장성보험 특성상 해지환급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리는 실손보험은 노후에 가장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하는 보험이지만, 의료이용이 많아지는 50~60대 이상 고령층 소비자의 실손보험료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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