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6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관세 협상 결과의 최종 발표가 지연되고,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도 연중 최고 수준으로 커지는 등 연말까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0월 ‘경제 불확실성(EPU) 지수’는 214.08로 전달보다 28.7%(47.75) 올랐다. EPU 지수는 실시간 언론 보도의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다. 숫자가 커질수록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해 12월 472.29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2월 278.36으로 완화됐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4월 381.01로 뛰었다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6월 새 정부 출범과 재정확대 정책 등으로 경기가 회복할 조짐을 보인 영향이 컸다. 특히 8월 말 미국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으로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커져 9월에는 166.33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3500억 달러(약 510조 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를 현금으로 일시에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양국 간 협상은 난항에 빠졌다. 미국의 요구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는 등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이와 함께 서울 집값이 과열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혼란도 커졌다. 정부는 서울 전체를 규제지역으로 묶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대내외 혼란 탓에 지난달 EPU 지수가 6개월 만에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만난 한미 정상이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지만 양국의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늦어지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분야의 이견은 거의 해소됐고 안보 분야에서 추가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관세 인하 확정 시점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3∼7일 코스피의 하루 평균 변동률은 2.36%였다. 이는 4월(2.07%)과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 선을 돌파한 10월(1.33%) 변동률보다 높다. 코스피 변동성이 커진 건 외국인 투자가들이 ‘팔자’ 행렬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지난주(3∼7일)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7조2640억 원으로 주간 기준 역대 최대였다. 외국인의 대량 순매도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7일 원-달러 환율의 야간거래 종가(이튿날 오전 2시 기준)는 1461.5원으로 일주일 새 28.5원 급등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가장 중요한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대미 투자 관련 세부 사항과 미국 내 대법원 판결에 따른 관세 정책 수정 가능성에 따라 연말까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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