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던 권세만 씨(42)는 2022년 4월 강원 강릉시에 정착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18년 동안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던 권 씨는 가족과 함께 강릉으로 이사해온 뒤 선주 겸 선장이 됐다.
권 씨는 출근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멍하니 있던 자신을 발견하고 몸으로 부딪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재택근무가 잦던 시절 강릉으로 워케이션(일과 휴가를 결합한 개념)을 왔다가 예비 귀어귀촌인을 위한 ‘강원귀어학교’를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권 씨는 2021년 10월 약 1개월 동안 귀어학교 과정을 마쳤고, 그다음 해 4.6t급 어선을 구입해 ‘진짜’ 어민이 됐다.
권 씨의 귀어 정착에는 강원귀어학교가 큰 힘이 됐다. 이 학교에서 도시민 어업기술 실무교육을 통해 어업기술을 배웠고, 자격증 취득, 귀어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학교는 해양수산부의 귀어학교 개설사업자 공모에 강원도가 선정되면서 2020년 3월 강릉에서 문을 열었고, 지금은 강릉원주대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강원귀어학교는 귀어귀촌인의 사관학교 역할을 한다. 도시민 어업기술 실무교육과 수산업종별 전문 심화교육, 귀어귀촌 정보 제공 및 교육생 유치, 어촌 정착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9월 진행된 강원귀어학교 도시민 어업기술 실무교육 19기 수강생들이 어선에 승선해 어업 실습을 하고 있다. 강원귀어학교 제공특히 만 18~64세를 대상으로 한 어업기술 실무교육은 실제 어업 종사를 꿈꾸는 도시민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다. 이 교육은 5주 과정으로 2주차까지 이론과 현장견학, 제한무선통신사 자격증 취득을 마친 뒤 나머지 3주 동안은 어선에 승선해 연승(여러 개의 낚시), 통발(대나무나 그물로 만든 일종의 어항), 자망(보편적인 그물) 등으로 고기 잡는 실습을 한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1회당 20명의 수강생을 모집하는데 평균 경쟁률이 2.16대 1일 정도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강원귀어학교는 개교 이후 현재까지 19회의 교육과정을 통해 399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2020~2023년 수료생 281명 가운데 114명이 귀어해 40.5%의 귀어율을 기록했다. 도시민의 귀어와 어촌 인구소멸 위기 해소에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함재국 강원귀어학교 부학교장은 “가까운 곳에 주문진항, 영진항 등 대규모 항이 있고, 다양한 업종의 어선을 통해 실습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며 “맞춤형 현장실습 위주의 적응 교육과 강원도 수산업 특성에 맞는 업종별 전문 심화교육으로 도시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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