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과 쓸데없는 회담 원치않아” 정상회담 연기 시사

  • 동아일보

러, 동부 돈바스 완전 통제권 요구
美의 現전선 기준 종전 논의 거부
트럼프 “우리는 아직 결정 안 내려”
양국 외교장관 헝가리 회담도 무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빛의 축제’로 불리는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를 기념해 등잔에 불을 붙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빛의 축제’로 불리는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를 기념해 등잔에 불을 붙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러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쓸데없는 회담을 원치 않는다.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종전을 논의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돈바스 지역 전부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단 뜻을 고수하면서 미-러 정상회담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힌두교 축제 ‘디왈리’ 축하 행사에서 미-러 정상회담 진행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 우리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2주 내로 헝가리에서 대면 회담을 가질 거라고 예고했는데, 회담이 보류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일정, 의제 등 미-러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23일 헝가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회담도 연기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루비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이 생산적인 통화를 했지만,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만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양국 대통령들 간의 이해는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을 미룰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 모두 정확한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미-러 정상회담이 보류된 건 영토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주, 도네츠크주 등 우크라이나 동부의 약 75%를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가 요구하고 있는 나머지 영토들은 우크라이나 핵심 요새 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현 전선의 위치를 기준으로 전투를 중단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러시아가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헝가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영토 양보를 압박하며 거칠게 몰아세웠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현재 전선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유럽 측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에 나서려는 의도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자국에 제공하지 않기로 하면서 러시아가 외교적 해결에 무관심해졌다고 말했다고 미국 정치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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