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러에 화난 유럽… 네덜란드 “美와 기밀공유 축소”

  • 동아일보

러에 유리한 종전안 압박에 반발
유럽 정상들 “러 동결자산으로 우크라 무기 지원 논의, 파병 준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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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종전안을 압박하는 등 러시아에 경도된 모습을 보이자 유럽 주요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축소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협의나 동의 없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유럽 각국은 러시아에만 유리한 휴전이 체결될 때를 대비해 우크라이나 국경 보호를 위한 대규모 파병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20일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휴전에 합의하면 몇주 안에 유럽 군대를 우크라이나로 파병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네덜란드 일간 폴크스크란트 등도 미국의 오랜 ‘첩보 동맹’이었던 네덜란드가 미국과의 기밀 공유를 축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에릭 아케르봄 종합정보보안국(AIVD) 최고 책임자와 피터르 레이싱크 군사정보보안국(MIVD) 국장 등은 “친(親)러시아 성향으로 돌아선 미국과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더 이상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 “우리의 기밀 정보가 러시아를 돕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덜란드는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대했던 이란의 핵 시설을 마비시키기 위해 2010년 악성 컴퓨터 코드 ‘스턱스넷(stuxnet)’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다른 정보 동맹국들 역시 네덜란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정보 공유를 중단하면 미국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의 동결자산 1400억 유로(약 232조 원)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 각국은 자국 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해 왔는데 이 돈을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가까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이번 회의에 불참하기로 함에 따라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은 “러시아 동결자산으로 우크라이나가 최소 3년간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해 이 자산을 활용하는 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와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럽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실제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유럽연합#우크라이나 국경 보호#정보 공유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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