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이 1937년 영국인 수장가 존 갯즈비로부터 인수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간송미술관 제공
새끼 원숭이의 작은 손가락이 어미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두 팔로 새끼를 받쳐 안은 어미의 표정에서는 온화한 사랑이 묻어난다. 12세기 제작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국보)은 남아 있는 고려청자 가운데 흔치 않은 원숭이 모양으로, 몸통의 맑은 비색과 철채로 표현된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연적은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17일 개막한 기획전 ‘보화비장(葆華秘藏)’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는 근대 한국 미술시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장가 7인의 대표 수집품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려청자를 열성적으로 모은 영국 출신 변호사 존 갯즈비(1884∼1970), 조선 서화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한 위창 오세창(1864∼1953) 등이 소장했던 작품으로, 국보 4건과 보물 4건을 포함해 총 26건을 선보인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남긴 ‘대팽고회(大烹高會)’가 특히 눈길을 끈다. 추사의 글씨를 수집, 연구하는 데 매진했던 ‘조선의 마지막 내관’ 송은 이병직(1896∼1973)이 소장했던 작품이다. 소박하고 편안한 예서체로 평범한 일상이 갖는 가치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애국가 후렴구가 적힌 심산 노수현(1899∼1978)의 그림 ‘무궁화’도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전시에선 개화기 수집가들의 취향과 방식까지 살펴볼 수 있다. 김영욱 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개화기엔 각종 전람회와 경매를 통해 고미술품이 활발히 유통되고 미술품 감상 문화가 확산했다”며 “소장가들은 골동상과 함께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며 각자의 취향과 안목으로 독자적인 컬렉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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