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쓰레기-생태계 붕괴 등 7가지 환경 문제의 진실 밝혀
세계 1인당 탄소배출량 하락세… 대기오염 저감기술도 계속 발전
좌절 않고 기후 위기 관리해야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해나 리치 지음·연아람 옮김/520쪽·2만4000원·부키
올 6월 인도네시아 람풍 지역의 바닷가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신간은 “오늘날 기후 위기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자극적인 경고와 사진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2050년엔 바다가 플라스틱으로 뒤덮일 것’ 등의 우려에 대해서도 “과학적 수치에 근거하지 않은 과도한 걱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람풍=신화 뉴시스
20세기 이후 지구의 숲은 크게 파괴됐고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다. 그 원흉으로 꼽히는 게 탄소 배출이다. 그런데 탄소 배출 추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세계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이미 최고점을 지나고 최근 몇 년 동안 서서히 하락세란 점이다. 1인당 배출량은 1950년 2.4t에서 30년 만인 1980년 4.4t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후 약 30년 동안 11% 늘어 2012년 4.9t을 기록했다. 하지만 4.9t을 정점으로 추세가 뚜렷하게 둔화했다. 2018년부터 배출량이 늘지 않더니, 2020년 팬데믹을 지나면서는 줄어들고 있다.
불안과 절망에 호소하는 기후 위기 담론이 난무하는 오늘날, 구체적인 수치와 장기적 흐름을 보며 환경 문제에 접근한 책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경과학을 연구해 온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수석 연구원이 썼다. 저자는 “아이들의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는 의견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과학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믿지 않는다”며 기후 위기에 대한 자극적 경고와 단편적 해법에 매몰되지 말라고 강조한다.
책은 삼림 파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생물다양성 훼손 등 7가지 환경 문제에 얽힌 오해에 반박을 제기한다. ‘2050년엔 바다가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해양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21세기 중반까지 세계적 붕괴의 징조가 전혀 없으며 3000년이 돼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3억5000만 t 중 해양으로 유입되는 양은 약 100만 t에 그친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물론 이 세상은 끄떡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환경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 맞다. 조속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혹독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분명하다. 다만 “현재 인류가 도달한 기술 수준에서 기후 위기는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책의 부제처럼 우리가 ‘지속 가능한 지구를 건설할 첫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책에 따르면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은 현재 상당 수준 발전돼 있다. 대기오염은 화력발전소 굴뚝에 ‘스크러버’라는 장치를 부착해 줄일 수 있다. 배출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황을 고체로 변화시켜 포집하는 장치다. 해양 플라스틱의 경우 ‘인터셉터 오리지널’이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강 밖으로 흘러나오는 부유물들을 가로막아 한데 가뒀다가, 적합한 쓰레기 처리 시설로 자동 운송하는 방법이다.
개개인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법도 각 장마다 제시됐다. 그런데 기존에 잘 알려진 실천법 가운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분류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일회용 빨대와 비닐봉지는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과도하게 ‘퇴출 대상’으로 취급받는다고 꼬집었다. “종이 가방은 서너 번, 면 가방은 수백 번을 써야 비닐봉지의 탄소발자국과 같아질 수 있다. 물 사용, 산성화, 질소에 의한 수질 오염 등의 측면에서도 비닐봉지가 낫다”는 식이다.
아쉬운 대목도 없지 않다. 개개인의 오해를 바로잡는 데 주력하다 보니 구조적 책임을 다소 약하게 지적한다. 삼림 파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소고기 섭취 줄이기를 제시하고, 어류 남획을 막을 방법으로 생선 섭취 줄이기, 원하는 어종만 선택적으로 포획할 수 있도록 장비 개선하기 등을 내놓는다. 그에 비해 정책적 해법은 “엄격한 제도를 마련해 남획을 방지한다” 등 막연한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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