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경지대 사제-이민자단체 만나
“교회, 계속해서 그들의 편에 설 것”
트럼프와 충돌 피해오다 비판 강화
올 5월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으로 즉위한 레오 14세(사진)가 미국의 가톨릭 사제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맞서 강력하고 단합된 목소리를 내 달라고 8일 호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즉위 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충돌을 피해 온 레오 14세가 최근 들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에서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의 사제와 신자들,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이민자 가족들의 편지 100여 통을 전달받았다. 편지엔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겪는 어려움과 함께 ‘소외받는 사람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메시지가 스페인어로 적혀 있었다고 NYT 등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민자가 많은 텍사스주 엘패소 출신의 마크 사이츠 주교는 이민자들의 고통을 담은 4분짜리 영상을 교황에게 보여줬다. 이를 끝까지 본 교황의 눈가엔 눈물이 살짝 고여 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사이츠 주교는 교황이 이날 “교회는 계속해서 이민자들과 동행하고 그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신 같은 미국 내 가톨릭 사제들에게 이민자 권리 보호에 대해 “더 강력하고 단합해서 나서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를 감안할 때 다음 달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리는 미국 가톨릭 사제 연례 회의에서도 이민자 권익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전망했다.
사제 시절 남미 페루에서 사역하며 페루 시민권도 획득한 레오 14세는 중남미 이민자를 포함한 전 세계 이민자의 권익 보호에 관심이 높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정책을 비판하는 다른 사제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리트윗한 적도 있다.
레오 14세는 앞서 5일에도 이민자와 선교사를 위한 특별 미사에서 “‘무관심’, ‘차별의 낙인’으로 이주민을 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에 찬성하는 사람이 생명을 존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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