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밥상’ 뭐길래? 3주만에 체중·만성질환위험 ‘뚝’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월 24일 1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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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서 캡처.
논문에서 캡처.
예전 ‘시골 밥상’으로 현대인을 괴롭히는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산업화로 생긴 가공식품은 섬유질이 적고 설탕과 각종 화학 첨가물이 많아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같은 만성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여전히 산업화와 거리가 먼 한 공동체의 식습관을 모방해 개발한 식단을 현대인에게 적용한 결과 불과 3주 만에 다음과 같은 놀라운 변화가 관찰됐다.

△체중 감소(똑같은 열량을 섭취했으나 식단 변화만으로 체중 감소).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17% 감소.
△혈당 수치 6% 감소.
△염증 및 심장병의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P) 14% 감소.

이러한 개선은 실험 참가자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와 관련이 있었다. 사람의 장 내에는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서식한다. 보다 ‘원시적’인 식단으로 바꾸자 섬유질을 먹이로 삼는 유익한 미생물들이 번성하고 건강에 해로운 것들은 세력이 약화했다.

생명과학 학술지 세포(Cell)에 발표한 다국적 협업 연구를 이끈 아일랜드 코크 대학교 옌스 월터(Jens Walter) 교수는 “산업화 식단은 장내 미생물 군집에 큰 영향을 미쳐 만성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산업화하지 않은 전통적인 식습관을 모방하고 식단-미생물 군집 상호작용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호환되는 식단을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인간 대상 임상시험은 월터 교수의 이전 직장인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에서 진행 했다.

보다 ‘원시적’인 식단은 파푸아뉴기니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했다.

예를 들면, 아침 식사로 고구마와 검은콩 해시(주재료 검은콩에 잘게 썬 감자 양파 토마토 등을 섞어 익힌 요리), 밀감을 먹고 점심에는 각종 채소가 풍부한 샐러드에 배를 곁들인다. 아몬드와 말린 살구로 오후 간식을 한 후 돼지고기 안심 구이, 구운 감자, 코울슬로 등으로 된 저녁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 곳 사람들은 쌀, 오이, 양배추, 완두콩, 양파 등도 자주 식탁에 올린다.
논문에서 캡처.
논문에서 캡처.

월터 교수팀은 파푸아뉴기니 농촌 지역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연구하면서 그곳 사람들의 미생물 군집이 훨씬 더 다양하며, 식이 섬유를 먹고 사는 박테리아가 풍부하고, 서구식 식단과 관련된 염증 유발 박테리아 수준이 낮은 것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설계한 ‘비산업화 미생물 군집 복원’(Non-industrialized Microbiome Restore·NiMe) 식단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식물 기반 식품 중심이지만 완전 채식은 아님: 주로 채소, 콩류(렌틸콩, 병아리콩 등), 통곡물 등으로 구성. 하루에 한 번 동물성 단백질(연어, 닭고기, 돼지고기) 소량 섭취.

△유제품, 소고기, 밀 제외: 파푸아뉴기니 농촌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소비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식단에서 뺌.

△가공식품 최소화: 설탕과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가공식품은 매우 적게 섭취하도록 구성.

△고섬유질: 식이섬유 함량은 1000칼로리 당 22그램으로 일반적인 식이 섬유 권장량(하루 25~30g)을 초과. 성인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은 2500~3000칼로리다. 따라서 식이섬유를 권장량보다 3배 이상 더 먹는 셈.

엄격하게 통제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NiMe식단과 함께 L.reuteri라는 유익 균을 함께 섭취했다. 이 박테리아는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의 장에 널리 퍼져 있지만 산업화 한 미생물 군집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연구결과 NiMe 식단은 L.reuteri의 단기 생존율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전 염증성 박테리아와 장내 점액층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유전자를 줄이는 등 ‘산업화 식품’으로 인해 손상된 장내 미생물 군집의 특성을 개선했다. 이러한 변화는 만성 질환 위험과 관련된 심혈관 대사 지표의 개선으로 연결됐다. NiMe 식단으로 섭취한 열량이 줄지 않았음에도 체중이 감소했고, 식단만으로도 상당한 심혈관 대사적 이점이 나타났다.

월터 교수는 “식단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알고 있지만, 그 영향의 크기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NiMe 식단의 조리법은 Instagram(@nimediet)Facebook 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다.

논문의 주요 저자로 이 식단을 설계한 앨버타 대학교의 아니사 아메트(Anissa Armet) 박사(공인 영양사)는 “이 레시피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모두가 장내 미생물 군집을 건강하게 돌보며 건강을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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