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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연예

[O2/이 사람은 왜?] 밉상이 된 미녀? 사와지리 에리카

입력 2010-03-18 15:00업데이트 2010-04-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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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자신의 주연영화 '클로즈드 노트'의 첫 무대인사 자리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별로"라며 성의 없이 대답하고 있는 사와지리 에리카. 이 말은 코미디언들이 그녀의 거만한 표정과 태도를 흉내내며 당시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다.
"베츠니…"(별로)

2007년 일본에서 대표적 유행어가 된 이 말 한 마디. 그 해 9월 29일 일본영화 '클로즈드 노트'의 개봉 첫날 무대인사 자리에서 주연배우 사와지리 에리카(24)가 했던 말이다.

사와지리 에리카는 이날 시종일관 시큰둥한 표정과 성의 없는 태도로 무대인사에 나섰다.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도 사회자의 일상적인 질문에 '별로', '별로 없어요' 같은 말로 귀찮다는 듯 대답하던 그녀는 급기야 사회자를 노려보기까지 했다.

이후 '베츠니'는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코미디언들은 사와지리 에리카가 팔짱을 끼고 오만한 표정을 짓던 장면을 그대로 흉내 내며 '베츠니'를 연발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그녀는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 '싸가지리 에리카'로 불리기도 했다.

청순한 외모와 섹시한 몸매, 당당한 이미지와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추고 톱스타로 잘나가던 사와지리 에리카는 '베츠니'라는 말 한 마디로 추락했다. 그리고 '베츠니' 파문을 일으킨 무대인사 이후 2년 반 만인 지난 16일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서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 청순과 퇴폐를 겸비한 팔색조

사와지리 에리카는 일본인 아버지와 알제리계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인종이 다른 부모의 우월한 유전자만을 물려받았는지 그녀의 얼굴은 동서양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뤄 묘한 매력을 풍긴다.

그녀는 하얀 도화지처럼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동그란 눈동자에 갸름한 턱선이 돋보이는 청순한 얼굴의 이면에는 퇴폐적인 농염함과 섹시함도 묻어나온다. 남자들의 로망을 온몸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모델로 활동하면서 드라마, 영화에 출연한 그녀는 영화 '박치기'(2005년)에서 재일교포 소녀 이경자로 출연하며 실력파 배우로 자리매김을 했다. '박치기'는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니며 일본 학생들의 민족차별에 맞서는 재일교포 2, 3세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영화 \'박치기\'에서 청순한 재일교포 소녀 이경자로 출연한 사와지리 에리카. 톱스타로 각광받던 그녀는 \'베츠니\' 파문 이후 일본인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다. (동아일보자료사진)

양갈래 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앳되고 청순한 그녀가 살짝 눈웃음을 치면서 피리를 부는 장면은 많은 남성 팬들의 심장을 뒤흔들었다. 사와지리 에리카는 이 영화로 일본아카데미상, 닛칸스포츠영화대상 등 일본의 5개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

이후 그녀는 '1리터의 눈물' 등 여러 드라마, 영화, CF를 종횡무진하며 톱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2006년엔 가수로도 데뷔해 오리콘 주간차트 1위에 오르며 성과를 냈다. 청순한 얼굴과는 달리 야릇한 표정과 포즈를 선보인 사와지리 에리카의 수영복 사진집은 남성 팬들에겐 필수 아이템으로 꼽혔다.

▶ 천사 같은 얼굴, 악녀 같은 성격?

한창 톱스타로 각광받던 그녀는 '베츠니' 파문으로 한 순간에 일본의 밉상 캐릭터가 됐다. '솔직하고 당당한 미녀배우'라는 이미지는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오만한 공주병 스타로 전락했다.

논란이 잠잠해지지 않자 블로그에서 사죄의 뜻을 밝히고 일본의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인터뷰도 했다. 그러나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는 비난과 함께 오히려 된서리만 맞았다.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카메라와 사람들 앞에선 웃음이 가득한 얼굴만 보여주는 20대 초반의 또래 일본 여배우나 아이돌 스타에게선 상상할 수 없었던 '베츠니' 파문. 즉흥적이고 다혈질적인 프랑스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일까. 일본인들에겐 불문율인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표현)의 철저한 구분을 무시한 대가는 너무 컸다.

아무리 예쁘고 실력이 있어도 일본인의 밉상이 된 사와지리 에리카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감독이나 광고주는 없었다. 연예계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다시 매스컴에 오르며 주목받은 계기는 2008년 22세의 나이로 23세 연상의 영상작가 타카시로 츠요시와 결혼한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일본 언론은 '문제아' 사와지리 에리카의 결혼 소식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한 주간지에선 그녀가 결혼 조건으로 '성관계는 한 달에 5번 뿐' 등 엽기적인 내용의 서약서를 남편에게 요구했다는 추측성 기사까지 내기도 했다.
15일 도쿄 시내에 내걸린 사와지리 에리카의 누드 광고 포스터. 그녀는 이 광고를 통해 활동을 재개했다.

▶ 2년 반 만의 복귀…그러나?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지내던 그녀가 다시 논란의 주인공이 된 것은 지난해 9월 소속사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나면서부터다. 소속사 측은 "중대한 계약 위반"을 이유로 들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마약 복용설 등 루머가 잇따랐다.

사와지리 에리카는 영화 '우주전함 야마토'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지난해 10월부터 촬영을 시작하며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이 일로 출연이 취소됐다. 이후 그녀는 남편과 함께 스페인에 머무르며 세간의 관심에서 잊혀져갔다.

그리고 이달 4일 일본 각 언론사에 직접 팩스를 발송해 스페인에서 개인 소속사를 설립하고 에스테틱 업체 모델로 활동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계획을 직접 밝히고 홈페이지를 새로 개설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예계 복귀 소감 등을 밝히고 있는 사와지리 에리카. 언론사에게 요구한 '6개조 서약서'가 물의를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베츠니' 이후 작품 소식이 아니라 논란과 파문 등 부정적인 뉴스의 주인공이 돼온 그녀의 복귀 소식은 자연스레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논란거리가 또 다시 불거졌다. 언론사들을 상대로 자신과 관련해 부정적인 기사를 쓰지 말라는 내용의 서약서를 요구한 것이다.

일종의 '보도지침'인 이 서약서의 6개조에는 '사와지리 에리카나 가족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기사를 쓰지 말 것' 등이 담겨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서약서 요구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기자회견을 보이콧하며 비꼬는 기사를 게재했다.

15일 도쿄 시내에는 사와지리 에리카의 누드 사진이 담긴 에스테틱 업체의 대형 광고 포스터가 내걸려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6일 기자회견에서 변함없는 미모를 과시하며 등장한 그녀는 물의를 빚고 있는 '6개조 서약서'에 대해 "철회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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