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인터뷰] 오다기리 조

동아닷컴 입력 2009-12-03 19:04수정 2009-12-0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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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학생평화영화제(ICPFF) 심사위원으로 방한한 일본 톱배우
"
내가 한국에서 인기 있다고? 그것은 나에게도 미스테리…"

오다기리 조는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호반의 도시 춘천에 머물렀다. 제4회 국제대학생평화영화제(ICPFF)의 본선 심사위원으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갓 영화계에 입문한 대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 영화제다. 단편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던 감독지망생 오다기리 조는 젊은 대학생 감독들의 재기 넘치는 영화들을 심사하고 직접 상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11월29일 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춘천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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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모자를 쓴 이유가 “수줍기 때문이다”고 고백했다.


- 작은 규모의 영화제에 참석하게 된 계기는?

"규모는 중요치 않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고 싶다. 특히 단편영화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고 아마추어의 작품이라 더 관심이 갔다. 더구나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아서 더 보람 있었다. 만드신 분들의 진심이 느껴졌다."

- 영화제 심사는 처음인가? 자신만의 평가 기준이란 게 있다면?

"처음 아니다. 일본에서도 한 번 해봤다. 현재 배우를 하고 있고 영화를 좋아해왔기 때문에 영화 취향이 비교적 분명한 편이다. 그러나 심사에서는 개인 취향보다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했다. 연기-연출-스토리-아이디어-음악-편집 등 분야를 확실하게 구분해 점수를 매겼다.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는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다. 독특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는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스타

- 본인 얘기를 듣고 싶다. 고향이 오카야마 현이라고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데 얼마나 작은 동네인가? 극장을 자주 다녔나?

"한 마디로 작은 도시다. 히로시마 현과 효고 현 사이에 낀 존재감 없는 동네다. 쓰야마시 출신인데 대단히 시골이었기에 예술적 문화적 기회를 누리기 힘들었다. 만일 도회적인 곳에서 컸더라면 더 많은 문화적 세례를 받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다. 물론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릴 적에는 시골 논에서 축구하며 자연에 둘러싸여 놀았고, 고등학교 때는 자유분방하게 술을 마셨다. 시골에서 살아 얻을 수 있는 감성이란 게 분명 존재한다. 어느 쪽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성장했다."

- 10대에 영화인의 길을 걷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아, 첫 질문을 잠깐 빼먹었다. 어릴 적 엄마하고 둘이서만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가 볼 일이 있으면 영화관에 맡겨놓고 다녔는데, 그래서 유치원 때 똑같은 영화를 하루 종일 봤던 기억도 있다.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영화와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자랐다."

- 인생에 영향을 끼친 작품은?

"음, 딱히 계기가 된 작품이 없다. 너무 많은 영화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일까? 중학생이 되자 대여점에 가서 직접 영화를 골랐다. 그 때부터 아마도 취향이라는 게 생겼다. 한 작품이 계기가 돼서 이 세계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당연히 영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영화 ‘메종 드 히미코’ 중 한 장면. 그는 대중적인 외모에도 언제나 조금 독특한 영화에 출연하는 파격을 선보여왔다.


그는 '특정 작품이나 인물을 골라 달라'는 질문에 유달리 인색했다.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라든지, 한국 여배우 중 누구랑 함께 영화 찍고 싶으냐는 질문도 피해갔다. 심지어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가해서 순위를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발언까지 남겼다. 그가 톱스타이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와도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내 외모에 대해서 크게 만족하지는 않는다"

- 원래 꿈은 연출이었는데, 우연히 배우를 하게 됐다고 들었다. 대단히 성공(?)적인 선택이 아닐까? 한국 젊은 세대가 특히 좋아하는 외모와 패션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고민) 솔직히 말해 내 자신의 얼굴을 좋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대신 최근에 케이블TV에 방영되는 옛날 작품 보다 보면, '어 옛날에는 괜찮았었네…' 하고 생각한다. 지금은 나이가 들고 수염도 나서 더 지저분해 진 것 같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에서 부쩍 높아진 인기에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딱히 한국에서 활동을 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그의 영화 가운데 한국에서 히트한 영화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연예인들의 한국에서의 인기는 영화관객 수와 TV드라마의 방영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미 수많은 작품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됐고 입소문을 통해 그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류(日流)는 구체적인 시장 성적보다는 오히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접근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2006년작 영화 ‘유레루’. 그는 이 작품을 자신이 가장 납득할만한 연기를 한 영화로 꼽았다.


- '메종 드 히미코' '유레루' 등 다양한 영화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자신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가 있다면?

"글쎄. 배우로서 존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적인 질문인데. 대본을 받아 읽고 캐릭터를 이해하려다 보면 대본에 등장한 인물과 일종의 공감대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그의 감정이 읽히고 캐릭터를 제대로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과 닮은 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결국 모든 캐릭터에 자기 자신이 투영돼 있다. 그렇다고 현실의 자기와 똑같다고 말할 수 없다. 모든 캐릭터는 나와 닮아 있고, 캐릭터 안에서 나 자신을 더 넓혀 가는 과정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다."

- 20대 초반 예능방송이나 버라이어티에서는 일정정도의 '개그코드'가 엿보였는데, 20대 후반에 들어서는 진지한 모습이나 어두운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다.

"아, 그런가? 사실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2006년 TV 방영물 '시효경찰'만 해도 상당히 코메디 작품이었다. 그러나 원래부터 성격상 잘 웃는 캐릭터는 아니다. 가능한 피해 온 것 같기도 하다."

- 지난해 김기덕 감독과 '비몽'을 찍고 올해는 배두나 씨와 '공기 인형'을 찍었는데 아직도 연락을 계속하는 지….

"그렇다. 한국에 올 때면 지금도 김기덕 감독 그리고 상대배우인 이나영 씨에게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한다. 배두나 씨는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모성이 느껴지는 배우다. 그 영역과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외국이다"

- 한국에서는 패셔니스타로도 인기가 높다. 혹시 모자를 쓰고 다니는 이유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인가?

"아, 그렇지 않다. 단지 수줍어서 그럴 뿐이다."

-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보인다.

"물론이다. 굉장히 좋아한다. 세계에서 제일 좋아하는 외국으로 얘기할 수 있다."

- 한국에 오면 대체로 무엇을 하는지….

"주로 맛있는 것을 먹는다. 이제껏 서울과 부산만을 오다니다 중소도시(춘천)에는 처음 방문했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차로 오가며 보이는 농촌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2008년작 영화 ‘텐텐’ 그는 아주 가끔씩 자신의 내면 속 ‘개그 코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 한국에서의 높은 인기를 실감하나?

"아! 사실 조금 당황스럽다. 이번에도 춘천 변두리 막국수 집에 갔는데 그 곳 종업원이 내 영화를 자주 봤다고 반겨주시더라. 처음에 한국에서 내가 인기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무척이나 당황했다. 도대체 내가 왜? 그 이유는 지금도 미스터리다.(웃음)"

- 한 동안 대중적인 영화에 주로 출연했는데 오히려 톱스타가 되고 나서 배역의 비중이 작거나 대중적이니 않은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그 이유가 있다면….

"잘은 모르겠지만 대중적인 작품에 당시 분명 나가지 않으면 안됐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웃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대중적인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 그런데도 왜 당신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배우가 됐을까?

"나 자신도 그 점을 신기하게 생각한다. 정말 신기하다. 사실 내 관점으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에 등장하는 쓰마부키 사토시(29)를 더 좋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친구 굉장히 느낌이 신선하고 멋있지 않나? 그런데도 나라니, 한국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는 아내가 된 ‘카시이 유우’와 함께 출연한 2006년작 ‘파빌리온 살라만더’.

▶가장 일본적이면서도 일본적이지 않은…

- 기자 판단으로는 오다기리 씨가 일본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고, 게다가 일탈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박치기'에 나왔던 히피나 보헤미안 스타일이 한국에 어필하지 않았을까?

"실제 그런 느낌도 들기도 한다. 나는 일본인이고 일본을 좋아하지만 그 일본에 속하지 않는 개인주의 성향이 분명히 있다. 어릴 적에 어머니하고 둘만의 생활을 오래했다. 사회와의 소통을 잘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 같다. 그런 이유와 분위기 때문에 히피나 집시같이 주류 세계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 이미지가 강하게 풍기는 것 같다."

- 일종의 극단적 개인주의나 자유주의자 같은 것은 건데, 의문이 드는 점은 영화감독을 하고 싶다는 얘기는 사회에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 아닌가?

"이 역시도 영화의 한 방법론으로 볼 수 있겠다. 나는 영화를 하나의 예술로 본다. 촬영, 드라마, 연출 미술 등이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이다. 그 안의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메시지는 스토리 안에 포함이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토리 일부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

- 장편 영화를 언제쯤 개봉하고 싶나?

"현재 시나리오 쓰고 있다. 돈이 모이고 시간이 충분히 나면 만들고 싶다. 꼭 언제라는 시간적 목표보다는 이 영화 하나만은 제대로 만들어 보이고 싶다."

- 감독 지망생 배우로 유명한데,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3년 전 단편영화를 만들어 작게 개봉한 적이 있다. 아직도 준비 단계일 뿐이다. 내가 학생 때는 영화 만드는 환경이 나빴다. 그런데 이 영화제만 해도 대부분 디지털로 편리하게 찍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젊을 때 맘껏 자주 만들어야 재능을 더 꽃피울 것으로 생각한다."

- 이번 영화제의 큰 화두 중에 하나가 '평화'였다. 영화제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다양한 국가에서 출품한 영화들이 많아서 좋았지만 일부 작품들이 번역상의 문제로 제대로 의미파악이 힘들었던 점이 제일 아쉽다. 그리고 '평화'라는 컨셉을 듣고 궁금했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영화제에서 순위를 없애는 게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웃음). 순위를 정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O2/커버스토리] 日배우 오다기리 조
*아름다운 루저 혹은 4차원? 日배우 오다기리 조


▶외롭고도 고고한 현대인을 상징
▶한국과 은근히 인연이 많은 배우
▶스타보다 영화인이 되기를 꿈꾸는 배우


춘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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