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하트’ 밀젠코 마티예비치 “희망의 노래 한국말로도 불러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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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s Gone’으로 유명한 록밴드 ‘스틸하트’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 인터뷰

미국 록 밴드 ‘스틸하트’의 리더 밀젠코 마티예비치. ‘She's Gone’은 한국의 로커와 ‘노래방 가수’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하자 그는 “내가 좋아하는 주꾸미로 갚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코로나19를 극복한 뒤 다 같이 홍익대 앞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모입시다!” 스틸하트 제공
미국 록 밴드 ‘스틸하트’의 리더 밀젠코 마티예비치. ‘She's Gone’은 한국의 로커와 ‘노래방 가수’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하자 그는 “내가 좋아하는 주꾸미로 갚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코로나19를 극복한 뒤 다 같이 홍익대 앞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모입시다!” 스틸하트 제공
“난 그저 숨쉬고 싶어!” “간절히 자유를 원해!”

한 남자가 옥상에서 절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중심부의 한 건물 위다. 캐피틀 레코드사(社) 빌딩, 니커보커 호텔, W 호텔 같은 랜드마크가 둘러싼 이곳의 거리가 온통 휑하다. 코로나19 탓이다. 세상 마지막 사람처럼 통기타를 후려치며 남자는 4분 40초간 토로한다.

록 밴드 ‘스틸하트’가 지난달 발표한 곡 ‘My Freedom(acoustic)’의 뮤직비디오. 조회수 12만 회를 넘기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옥상 위 그 남자,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는 밀젠코 마티예비치(56)를 21일 화상 연결로 인터뷰했다. 초고음 록 발라드 ‘She‘s Gone’으로 유명한 스틸하트의 보컬. 그는 “2006년에 쓴 곡인데 지금 상황을 생각하며 다시 부르니 목이 메며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친한 유명 록 사진가 닐 즐로자워의 스튜디오 옥상을 한나절 빌려 촬영했다. 새로운 고난에 몸부림치는 우리 모두를 상징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틸하트는 하반기 중 한국어를 포함한 12개 언어로 신곡을 낸다.

“‘Trust in Love’란 곡.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세계인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하는 방식을 고민했어요.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크로아티아어 중국어 등으로 불러 녹음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제 한국인 친구들이 번안과 발음을 도와주고 있어요.”

그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했다. 여러 차례 방한했고 특히 2016년에는 반년 이상 한국에 살았다. 드라마 ‘화려한 유혹’의 삽입곡을 부르고 MBC ‘복면가왕’에 ‘번개맨’으로 출연했다. 잠실에서 프로야구 시구도 했다. 케이팝 공연인 ‘드림콘서트’에서도 노래했다.

2013년 무렵의 스틸하트. 스틸하트 제공
2013년 무렵의 스틸하트. 스틸하트 제공
“서울 부산 제주 등지를 돌며 일주일에 6일씩 일했어요. 힘들지만 한국 팬들과 다시 연결된, 제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죠.”

1989년 결성한 스틸하트는 이듬해 1집에 실린 ‘I’ll Never Let You Go’(23위)와 ‘She‘s Gone’(59위·이상 빌보드 싱글 차트)으로 인기를 끌었다. 3옥타브 ‘시’를 웃으며 올려버리는 마티예비치의 절창은 전매특허.

“초고음을 노래할 때는 아무 생각도 안 해요. 단순한 절규도 아니죠. 그 순간, 지구의 코어 에너지가 내 몸을 통해 발산되는 느낌뿐이에요. 관객의 반응까지 합쳐지면 무아지경에 들어가죠.”

1992년, 비극이 왔다. ‘Mama Don’t You Cry’가 담긴 2집을 내고 선 무대에서 대형 조명기구가 마티예비치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것.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지금 돌아봐도 신기해요.”

두개골 함몰, 기억상실증을 부른 중상이었다. 4년의 재활 끝에 1996년 3집 ‘Wait’로 돌아왔지만 음악계의 유행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4집과 5집을 각각 2008년과 2017년에 내고 ‘컬트 팬덤’을 이끌고 있다.

“내년에 4년 만의 정규앨범을 낼 겁니다. 유명 여가수와 듀엣 곡도 준비 중이에요. 예전 메탈의 솔직한 에너지를 2021년의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보이겠습니다.”

데뷔 때부터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은 그는 요즘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스타일의 곡도 만들고 있다.

20대에 겪은 통한의 사고와 공백기는 라이징 스타를 묻어버렸다. 마티예비치는 “한때 ‘만약에 그 일이 없었다면’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 사고는 당시 과열돼 있던 절 ‘리셋’해줬죠. 이제 ‘만약에’는 지웠어요. 모든 고난 뒤에는 아름다운 실버 라이닝(구름의 흰 가장자리)이 있잖아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평화와 고요 같은 삶의 다른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해줬듯 말이죠. 우리, 오늘을 삽시다. 저도 노래로 응원하겠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스틸하트#밀젠코 마티예비치#my 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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