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우리 춤 원했을 때 우리 답은 당연히 ‘와이 낫?’이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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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신곡 뮤비 ‘블랙 스완’ 안무 슬로베니아 MN댄스컴퍼니 대표 미할&나스탸 리니아
영상 본 아미들 “소름 돋는다”… 일약 글로벌 무용스타 떠올라
“현대무용 관심 받게 돼 감격”

나스탸 브레메츠 리니아(왼쪽)와 미할 리니아가 함께 춤추는 모습. 이들은 “가능하다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에서도 우리의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MN댄스컴퍼니 제공, 주세페 이폴리토 촬영
나스탸 브레메츠 리니아(왼쪽)와 미할 리니아가 함께 춤추는 모습. 이들은 “가능하다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에서도 우리의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MN댄스컴퍼니 제공, 주세페 이폴리토 촬영
“BTS와 현대무용의 공통점? 언어, 문화 장벽을 뛰어넘는 세계 공용어라는 거죠!”(미할 리니아)

지난달 17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공개한 뮤직비디오 ‘블랙 스완’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2월 정규 앨범 발표를 앞둔 BTS 멤버가 출연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영상에는 현대무용수들만 몸부림쳤다. 검게 입은 6명의 흑조(黑鳥) 사이에서 상의를 벗은 한 마리 백조가 블랙 스완 선율에 맞춰 날갯짓했다.

영상을 본 BTS 팬덤 ‘아미’ 일부는 “황홀하다” “멤버들의 내면을 그린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BTS 멤버들마저 “연습실을 나갈 수 없는 우리의 고통을 승화한 것 같다. 무용수들 근육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인다”며 감탄했다.

블랙 스완 영상 속 안무를 맡아 춤까지 선보인 이들은 슬로베니아의 현대무용단 MN댄스컴퍼니다. 최근 e메일을 통해 만난 MN댄스컴퍼니 예술감독 미할 리니아(36), 나스탸 브레메츠 리니아(34)는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걸 아직도 믿기 힘들다. BTS가 우리 춤을 원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와이 낫(못 할 게 뭐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댄스아카데미 출신인 두 사람 이름의 첫 글자를 따 2008년 설립한 MN댄스컴퍼니는 ‘혁신’을 표방하는 젊은 무용단이다. 직관적 몸의 움직임과 독창적 표현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영상이 공개되자 이들은 며칠 만에 글로벌 무용 스타가 됐다. 유럽이 주무대인 이들이 대중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는 현대무용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낯선 일이다. 최근 무용단이 있는 슬로베니아 노바고리차시는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무엇보다 전 세계 아미로부터 연일 ‘팬이 됐다. 안무가 소름 돋는다’ 등의 메시지를 받는 일도 생경하다.

“유럽 현대무용의 전통은 깊지만 무용수로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죠. 아트필름을 통해 현대무용이 큰 관심을 받는 건 정말 감격스러워요.”(나스탸)

실험적 무대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BTS 뮤직비디오는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지난해 10월 제안을 받은 뒤 구상한 안무 영상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에 보냈다. 그해 12월 빅히트 측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폐허가 된 쇼핑몰을 찾아 그곳에서 춤을 췄다. 대중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안무였지만 “춤에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무대 경험이라면 저희도 빠지지 않는데 추운 날씨에 콘크리트 바닥에서 추는 건 정말 힘들었죠. 예술가의 내면을 그린 곡의 메시지에 공감했기에 몸을 던져 내면의 그림자를 표현했어요.”(미할) “모두가 자기 밖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사실 여러분 안에 이미 직관, 선율, 목소리 등 모든 답이 있습니다.”(나스탸)

두 사람은 더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발레, 댄스영화, 시각예술, 연극과의 협업을 계획 중이다. 이들은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BTS에게 고맙다. 언제든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현대무용#bts#마할#나스탸 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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