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혐의’ 이수, ‘모차르트!’ 캐스팅→보이콧→하차까지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4월 21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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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씨더맥스의 이수.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엠씨더맥스의 이수.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수많은 거절이 있었지만 이번 일은 아쉽습니다. 자꾸 이렇게 넘어지는 모습만 보여드리게 되어서 송구스럽고 제 자신이 미워집니다.”

뮤지컬 ‘모차르트!’ 캐스팅으로 질타를 받은 엠씨 더 맥스 이수가 결국 스스로 하차 선언을 했다. 이수는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격려와 위로, 날카로운 말들까지도 모두 고맙다. 아직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제 자신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작품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캐스팅이 발표된 후 15일이 지난 후였다.

이수의 캐스팅에 자진하차까지, 상황은 이렇게 진행됐다. 5일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엠씨 더 맥스 이수가 주인공을 맡게 되었다고 발표되자 뮤지컬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유는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입건됐다 기소유예로 처분된 이수의 전력 때문이었다. 또한 ‘모차르트!’에는 ‘아마데’역으로 아역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이수는 더더욱 안 된다는 반발이 거셌다.

일부 뮤지컬 팬들은 이수의 하차를 요구하는 온라인 반대서명운동과 함께 관람 보이콧을 진행했고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와 극장을 대관해준 세종문화회관에도 항의했다. 또 ‘모차르트’의 라이선스를 보유한 비엔나극장협회(VBW), 원작자, 주한오스트리아대사관, 오스트리아 모차르트재단에 이메일을 보내 문제 제기를 했다. 이들은 이수 하차를 위한 지하철 광고 모금을 시작했다. 최근에 한 팬이 1000만 원을 쾌척해 화제가 될 정도로 반향이 컸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국외 원작자와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그리고 소속사 뮤직앤뉴는 ‘캐스팅’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 이후 20일 늦은 오후 연합뉴스가 이수의 ‘모차르트!’하차 소식을 단독으로 보도했고 이후 이수는 인스타그램에 하차 의사를 내비치는 글을 남겼다. 제작사와 소속사는 21일 “논의한 결과 하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 ‘스타마케팅’ 욕심으로 제 무덤 판 EMK뮤지컬컴퍼니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잘못을 한 곳으로 뮤지컬 팬들은 ‘모차르트!’ 국내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를 꼽는다. 앞서(뮤지컬 ‘모차르트’, ‘성매매 혐의’ 이수 꼭 뽑아야 했나?)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지난해 이 제작사는 군복무 중 ‘안마 시술소’를 출입해 논란을 일으킨 세븐을 ‘엘리자벳’의 주인공인 ‘토드’ 역으로 뽑아 활동을 복귀하게 한 발판을 마련해줬다. 하지만 세븐의 캐스팅은 논란만 키운 채 티켓 판매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또한 그의 연기력이나 노래 실력 등은 관객들에게도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세븐과 이수와는 다르게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하차를 선언한 자우림 김윤아도 팬들의 눈총세례를 받아야 했다. 김윤아는 지난해 12월 이 제작사의 뮤지컬 ‘레베카’에 출연 결정을 했지만 갑작스런 성대 결절로 무대에서 ‘음이탈’ 등을 보였고 공연 1회 만에 아쉽게 하차 결정을 내려야 했고 김윤아가 무대에 오르기로 한 공연 날짜에는 다른 여배우들이 자리를 메웠다.

이처럼 ‘스타마케팅’을 연달아 실패를 하고도 이번엔 ‘이수’를 캐스팅을 했다는 것에 많은 이가 납득하지 못 하고 있다.

이수가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고도 남을 연예인이라는 것은 국내 제작사도 알고 있었을 터. 하지만 작품성과 이수의 실력으로 밀어붙이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작품도, 배우도 지키지 못한 꼴이 됐다. 뮤지컬 팬들이 보낸 서한을 읽고 외국 원작자는 이수의 캐스팅에 대해 다시 의문을 표했지만 제작사는 이수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과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들은 이수의 안전한 방패가 되어주지 못했다. 과도한 ‘스타마케팅’의 욕심이 결국 재능 있는 보컬리스트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나락으로 떨어뜨린 셈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작품인 ‘모차르트!’에도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됐다.

● 이수, 침묵의 자숙시간보다 앞서서야했던 사과

이수의 기사에는 이런 반응들이 자주 보인다. 왜 유독 이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일정 부분은 맞는 말이다. 지금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수년의 자숙기간을 거치고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오는 일들이 잦아졌다. 최근 불법 도박을 했던 탁재훈, 이수근과 음주운전을 했던 노홍철, 탈세혐의를 받았던 송혜교, 장근석 등이 방송에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이수의 활동에만 제동을 거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이수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는 평이다. 첫 번째, 이수는 ‘업(業)’으로 복귀에 시동을 건 것이 아니다. 논란을 일으킨 이들은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본래 영역으로 돌아왔다. 방송인은 방송으로 연기자는 연기로 돌아왔지만 가수였던 이수가 뮤지컬배우로 우회해서 돌아온다는 것이 화근이 됐다. 이 문제는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한몫을 하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 논란을 일으킨 세븐에게 무대에 서게 하면서 그의 활동 복귀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일종의 ‘물타기’라고 본 뮤지컬 팬들에게 이수의 캐스팅 소식은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이수의 캐스팅 소식을 접한 뮤지컬 팬들은 커뮤니티에서 “세븐 때도 봐줬으면 안됐다”, “관객이 ‘봉’으로 보이는 가보다”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가수로서 음악 프로그램 무대에 못 서게 되자 그나마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연’으로 복귀하려는 꼼수가 눈에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다. 비록 이수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활동 복귀하려고 뮤지컬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타이밍’상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었다.

두 번째는 단 한 차례도 사과가 없었던 이수의 잘못이다. ‘성매매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수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당사자는 2015년 MBC ‘나는 가수다’ 하차 당시 트위터로 누리꾼과 언쟁을 한 차례 했고 그의 배우자인 린은 악플러들에게 고소를 하겠다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그 와중에도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사과 한 마디 한 적이 없었다. 최근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묵묵히 반성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어떤 말도 변명이 될 테고 그런 말을 할 자격조차 제겐 없다고 여겼다”며 “시간이 지나 제가 어리석고 부족해서 그 일을 반성하는 것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더라”고 밝혔고 20일 인스타그램에도 “진심을 담아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어쩌면 7년이라는 자숙 기간에 수차례 그는 사과할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또한 그는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더라도 평생 비난을 감수하고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공식적으로 자리에 나와 사과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라는 소속사의 해명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서고 싶은 바람을 밝힌 이수의 의견에 팬들은 어불성설이라며 발끈했다. 무대에 나설 용기는 있으면서 대중의 비난을 감수하고 정면 돌파를 할 용기가 없다는 것은 정말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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