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원작 재구성의 명암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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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원작 의존 영웅퇴색 vs 시라노…로맨틱 감동의 부활
‘무적자’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16일 개봉하는 ‘무적자’와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모티브가 된 원작을 ‘망치고 살리는’ 극단적 결과를 보여주는 두 사례다.

‘무적자’는 1986년 만들어진 홍콩영화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했다.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영웅본색’이 쌍권총, 선글라스, 성냥개비, 롱코트 열풍을 일으킨 것은 24년 전이다. 현대적 영웅의 세련된 새 상징, 그에 걸맞은 짜임새의 이야기, 저우룬파(周潤發)에 필적할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결과물에서 창조적 재해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적자’는 관객의 감흥을 이끌어내야 할 고비마다 원작의 익숙한 상징을 그대로 인용해서 의존한다. 송해성 감독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의 주제가 친구 사이의 의리였던 데 반해 ‘무적자’의 중심에는 형제간 우애가 있다”고 했다. 그가 “공을 많이 들였다”고 강조한 ‘형제가 함께 밥 먹는 장면’ 등 몇몇 부분에서는 전작 ‘파이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안겼던 뭉클한 감동이 잠시 배어난다. 하지만 원작에 대한 향수를 갖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기다리는 클라이맥스는 항구에서의 마지막 총격전이다. 홀로 보트를 타고 탈출하던 영춘(송승헌)은 “제기랄”이라 절규하며 되돌아와 혼자 힘으로 항구 하나를 불바다로 만든다. 그리고 친구의 동생을 붙든 채 ‘형제의 의미’에 대해 설교하다 온몸에 총을 맞고 쓰러진다. 달라진 것은 없다. 여기서 송승헌이 연기하는 것은 영춘이 아닌 저우룬파로 보인다.

‘시라노; 연애조작단’ 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에 반해 1897년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발표한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모티브로 삼은 로맨틱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올 추석 연휴 극장가의 군계일학이라 할 만하다. 원작의 주인공 시라노는 외모 콤플렉스를 쾌활한 성격 뒤에 감추고 사는 군인이다. 그는 수줍음 타는 후배를 대신해 쓴 연애편지를 통해 남몰래 사랑했던 여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광식이 동생 광태’ 등 남성적 판타지에 기댄 로맨틱코미디를 만들어 온 김현석 감독은 유쾌한 이야기 속에 원작과 같은 코드의 감동을 적절히 끼워 넣었다. 이성 앞에만 서면 할말을 잃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연애조작 대행업체’ 사장이 잊지 못했던 옛사랑을 작업 대상으로 다시 만난다는 설정. 1990년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주연한 프랑스 영화 ‘시라노’를 본 관객이라면 그 기억을 흥미롭게 곱씹을 수 있을 것이다. 모티브가 된 작품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아무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시라노…’와 ‘무적자’의 결과를 가른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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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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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적자’ 예고편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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