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 리롄제(李連杰), 제이슨 스테이섬이 다정히 붙어 서서 미소 지으며 “우리는 소모품(expendables)”이라 고백한다. 그 양편에는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가 팔짱 낀 채 늘어섰다.
19일 개봉하는 ‘익스펜더블’(18세 이상 관람가)의 내용은 이 자기비하적 포스터에 함축돼 있다. 1990년대까지 ‘최고 액션 스타’ 호칭을 다투던 배우들. 람보(스탤론·64)와 황비홍(리롄제·47) 투 톱을 팔팔한 스테이섬(38)이 지원한다. 25년 전 ‘록키’ 4편에서 소련 복서 드라고로 출연했던 돌프 룬드그렌(51)도 보인다.
한때 잘나가던 근육질 사내들의 귀환을 축하하는 듯한 기념사진에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 악재는 스탤론이 각본 작업에 참여하고 연출까지 맡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는 ‘록키’ 여섯 편과 ‘람보’ 네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대부분 연출한 각본가, 감독 겸 배우다. 그러나 연출 역량은 근육과 달리 별로 미덥지 못하다.
‘익스펜더블’의 영웅들은 늘 그랬듯 수많은 적을 몰살시키며 총알 한두 발을 급소와 먼 부위에 맞는다. “너 진짜 터프 가이 맞아?”라는 등 낯간지러운 대화를 계속 듣고 있다 보면 자장가처럼 느껴진다.
영화 초반 스탤론, 윌리스, 아널드 슈워제네거(63)의 삼자대면이 그나마 볼 만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들은 액션은커녕 3분 정도 농담만 주고받는다. “좋은 몸 썩히는군” “대통령 하려고 저런대” 식으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다. 피식 웃음은 나온다. 몸 축난 액션배우들이 ‘인셉션’ 장치를 빌려 꿈속에서 벌이는 활극 같은 이야기. 1시간 43분간 동참하는 선택은 너무 ‘소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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