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선 아나운서 자살…결국 SNS의 비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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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7시 00분


■ 송지선 자살로 본 SNS의 명암

힘든 상황 토로하자 비난글 쇄도
인터넷 댓글과 달리 공유 못 해
혼자 겪었을 마음고생 엄청날 듯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시작된 논란은 결국 야구를 사랑하고 방송에 열정을 다한 한 청춘의 죽음을 불러왔다. 23일 송지선(30·사진)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가 자신이 살던 오피스텔 1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힘든 상황을 트위터를 통해 위로받고자 했던 그는 오히려 그 글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확산돼 자신에게 아픈 상처를 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자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이 시대의 소통 트렌드로 주목받는 SNS의 또 다른 모습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왜일까.

● SNS가 사적인 공간?

SNS로 불리는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은 엄밀히 얘기하면 사적인 공간이라는 탈을 쓴 지극히 공적인 공간이다.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는 서비스인 SNS. 이곳에서 쓰는 글들은 올리는 순간 ‘내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된다. 특히 송지선 아나운서처럼 방송 활동을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람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7일 자살을 암시하는 글로 논란이 일자, 송지선이 다음날 트위터에 “내가 이렇게 많은 관심(그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닐지라도)을 받고 있는 사람이란 것 실감. 휴. 그리고 난 결국은 다 꺼내놓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것”라고 쓴 글도 SNS의 이런 속성을 경험한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SNS의 비난은 ‘혼자 맞는 매’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고, 누리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악성 댓글에 의한 피해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SNS의 비방과 욕설들은 누구에게나 ‘공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수한 사용자가 볼 수 있는 기존 인터넷 공간의 것과 다르다. 인터넷에 게재되는 글에 달리는 댓글은 제3자들도 볼 수 있다. 악성 댓글에 다른 사람이 의견을 덧붙일 수도 있고, 댓글로 공개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SNS에서는 다르다. 특정인의 계정으로 쏟아지는 비난 글은 ‘공유’할 수 없는, ‘혼자 맞는 몰매’에 가깝다. 송지선 아나운서가 그동안 겪었을 마음의 고통은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 변덕스런 넷심, 또 다른 피해자를 원하나

시시각각 변하는 누리꾼의 태도도 이번 사건에 대한 씁쓸함을 남겼다. 7일 송 아나운서와 프로야구 선수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담긴 미니홈피 글이 알려졌을 당시 누리꾼은 하나같이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23일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넷심은 급변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된다”는 개탄의 목소리와 “소중한 한 사람의 목숨이 악플러들에게 희생됐다”는 자성이 쏟아졌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넷심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터넷에 ‘이지아닷컴’에 이어 이번에는 ‘임태훈 닷컴’이 개설됐고, ‘송지선은 왜 19층서 몸을 던졌나…. 사건의 전말’ 같은 자극적인 내용이 게재돼 있다.

‘SNS의 비극’으로 불리는 송지선의 자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터넷의 폭력성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나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민정 기자 (트위터 @ricky337) ricky3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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