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촬영용 드레스·소품 등 관심↑
고물가에 셀프 웨딩 수요 확대
테무·알리 등 저가 직구 플랫폼 이용 증가도 한몫
게티이미지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 저가 직구 플랫폼이 대중화되면서 웨딩 촬영용 드레스와 소품을 직접 구매하는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웨딩드레스를 대여하거나 웨딩 업체를 통해 준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앱에서 촬영용 드레스와 베일, 부케, 액세서리 등을 저렴하게 구매해 셀프 또는 세미 셀프 웨딩 촬영에 활용하는 예비부부가 많아지고 있다.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저가 드레스가 적어도 1회 촬영용으로는 충분하다는 인식이 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배송 기간이 짧아지고 구매·반품 절차도 간편해지면서 예비부부들이 촬영용 의상과 소품을 시험적으로 구매해보는 부담도 낮아졌다. 고물가로 결혼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한 번 입는 촬영용 드레스에 수십만 원대 대여료를 지불하기보다 저렴한 드레스를 직접 구매해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웨딩 촬영 장소가 달라진 점도 드레스 소비 변화와 맞물려 있다. 최근 웨딩 촬영지는 기존 스튜디오를 벗어나 제주도, 바닷가, 숲길, 도심 거리, 횡단보도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정해진 세트장과 포즈에 맞춰 촬영하는 획일화된 스튜디오 사진보다 실제 데이트하듯 장소를 이동하며 두 사람의 취향과 분위기를 담아내려는 예비부부가 늘면서 촬영 의상도 고가 대여보다 직접 구매해 자유롭게 활용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장시간 이동과 야외 촬영이 동반되는 이색 스냅 촬영에서는 대여 드레스보다 구매 드레스가 실용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야외 촬영은 바닷가 모래, 숲길 흙, 도심 거리 등 오염 가능성이 있는 환경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대여 드레스는 착용 시간과 반납 일정, 오염·훼손 부담을 고려해야 하지만, 직접 구매한 드레스는 촬영 장소와 콘셉트에 따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스냅 촬영 전문 작가를 섭외해 야외에서 진행하는 ‘스냅 웨딩’이 늘어난 점도 변화에 힘을 보탰다. 기존 스튜디오 웨딩이 세트장과 조명, 드레스 연출에 의존한 사진이라면 스냅 웨딩은 실제 장소의 분위기와 자연광, 커플의 동선을 살리는 촬영이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드레스가 고가 제품이 아니더라도 촬영 장소와 콘셉트가 뚜렷하면 충분히 개성 있는 결과물을 남길 수 있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바닷가 촬영에는 가벼운 드레스를, 숲길 촬영에는 다른 분위기의 의상을 입는 식으로 여러 벌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드레스부터 촬영 소품까지 직접 준비하는 예비부부가 늘면서 웨딩 촬영은 정형화된 스튜디오 상품보다 커플의 취향과 장소를 반영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테무 홈페이지 캡쳐. “한 벌 빌릴 돈으로 여러 콘셉트”… 직구 구매 후 중고 판매까지
세미 셀프 방식으로 예식을 준비한 한 예비부부는 2000만 원 가까이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메이크업과 예복 등 전문 서비스는 유지하되 청첩장 제작과 웨딩 촬영 등 일부 항목은 직접 진행했다. 특히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하고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일반 스튜디오 패키지 비용을 아꼈다.
이들은 촬영 의상을 테무 등에서 여러 벌 구매해 총 18만 원가량을 지출했다고 전했다. 고가의 대여 드레스 대신 저렴한 드레스를 여러 벌 준비해 장소에 따라 다른 콘셉트의 사진을 남겼다고 한다. 보통 웨딩드레스 한 벌 대여료가 80만~120만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의상 비용만 수백만 원가량 줄인 셈이다.
해당 커플은 “가격대를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품질이었고 야외 촬영에서도 큰 무리가 없었다”면서 “촬영에 사용한 드레스와 소품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부부 역시 베일, 조화 부케, 웨딩 액세서리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해 촬영을 마쳤다. 이 커플은 “촬영 전날 직접 부케를 만들어보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면서 “우리 색깔을 담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 직구 플랫폼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드레스와 소품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다.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 저가 쇼핑 플랫폼이 대중화되고, 앱을 통한 구매·반품 절차가 비교적 간편해지면서 웨딩 촬영용 의상과 소품을 직접 구매하는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국내 웨딩 업체를 통하면 드레스 선택과 수선, 대여 일정 조율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직구 플랫폼에서는 원하는 스타일을 골라 배송받는 것으로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촬영 콘셉트별로 여러 벌을 준비하려는 예비부부에게는 선택지가 넓다는 점도 강점이다.
촬영 후 구매한 물건을 중고거래 플랫폼에 되파는 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드레스, 베일, 부케, 구두, 액세서리는 물론 촬영 소품을 한데 묶은 ‘웨딩 촬영 세트’ 매물도 자주 등장한다. 직구 플랫폼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뒤 촬영에 활용하고 이후 당근 등에서 재판매해 실질 지출을 더 줄이는 구조다.
국내 한 중고거래 플랫폼의 웨딩드레스 검색량은 2025년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직구로 구매한 뒤 촬영 후 중고로 넘기면 실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중고 매물 가격대가 구매가의 50~70% 선에서 형성될 경우 실질 지출은 수만 원 수준까지 낮아진다.
결혼 서비스 비용 상승도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필수 결혼 서비스 평균 비용은 2139만 원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2.3% 상승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통계에서는 예물과 신혼여행 등을 포함할 경우 주택 마련 비용을 제외한 평균 결혼 비용이 5912만 원에 달했다.
결혼 준비 커뮤니티 등에서는 웨딩 업체들의 가격이 해마다 오르는 데 비해 서비스 품질은 체감상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불만도 꾸준히 나온다. 웨딩 정보와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결혼 준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촬영 콘셉트와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드레스와 소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예비부부들이 플래너나 패키지 상품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분위기다. 결혼식도 정해진 형식을 따르는 행사라기보다 각자의 예산과 취향에 맞춰 설계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가 직구 플랫폼의 대중화와 고물가 기조,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맞물리며 실속형 웨딩 준비가 늘고 있다고 본다. 전문성이 필요한 메이크업, 예복, 본식 촬영 등에는 비용을 쓰되, 촬영 의상과 소품처럼 직접 준비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양상이다.
웨딩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결혼은 한 번뿐’이라는 이유로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예비부부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지출인지 항목별로 따져보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 “업계도 단순 패키지 판매에서 벗어나 셀프·세미 셀프 촬영을 원하는 고객에게 장소와 콘셉트, 스타일링을 함께 제안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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